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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쿨장미 꽃

덩굴장미 꽃 낡은 철조망 울타리 그림자 따라핏빛보다 더 진하게 덩굴장미가 핀다.시간의 벽을 타고 오르며잊힌 이름들을 빨갛게 물들인다.잎새 아래 숨어 전하는 그리움눈빛조차 닿지 못한 이름이한 송이 꽃잎에 마음을 새기고기억의 창가로 조심스레 오른다.누가 이 마음을 먼저 심었는지세월이 감춘 상처마다잎새처럼 번진 그리움의 줄기에조용하고 아주 집요하게 피어난다.향기는 슬픔의 언어를 닮고꽃잎은 기다림의 형상을 지닌 채한 계절 붉게 타오르다 떨어지고다시 오지 않을 날들을 노래한다.사랑이란 그렇게 담을 넘어누군가의 가슴에 자국을 남기고끝내 자신을 찔러 시드는 것일까.내 마음 깊은 곳을 천천히 적신다.2025,6,5

나의 창작시 2025.06.05

운명(運命)

운명(運命) 얽힌 실타래처럼 감긴 밤누가 먼저 이 실의 끝을 잡았는가.한 나라가 울 때 한 아이는 자장가를 잃고거울 속 얼굴도 낯선 시대를 읽는다.운명은 때로 눈먼 바느질처럼우리는 꿰매진 자국을 지도로 삼는다.달과 태양은 홀로 돌지만 궤도는 정해졌고우리의 사랑조차도 예정된 계절을 따른다.자유는 피할 수 없는 것을 껴안는다며어느 철인은 독배를 들며 웃었다.하지만 나의 무릎은 불확실에 떨리고이해할 수 없는 힘이 나를 한 음절씩 써내려간다.내가 말하는 이 순간에도누가 이 거대한 운명의 바퀴를 돌리는가.신인가, 우연인가, 인간의 선택인가?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는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지만때로는 작은 돌멩이 하나로도 물살이 달라지듯내 안의 미약한 의지가 파문을 남긴다.운명 앞에 선 나는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어둠..

나의 창작시 2025.06.04

유월의 곡우(穀雨)

유월의 곡우(穀雨) 떡갈나무 그늘 아래바람은 새파란 시간을 흔들고논둑 따라 밤새 울던비단개구리의 맑은 울음이 들린다.촉촉한 들판은 이제 막 물을 품었고못자리 떠난 벼는 자리를 잡아 하늘을 바라보며 푸르게 꿈을 키운다. 시골길엔 먼지 대신 비 냄새가 깔리고부른 냇물은 소리 없이 골짜기를 쓰다듬는다.송아지 울음은 외롭지도 않고 외롭고옛 우물가엔 오랜 주전자 하나 잠들어 있다.살모사는 어디쯤 숨었을까.허물 하나 남기고 고요히 풀밭을 지난다. 논두렁 모서리엔 오래 묵은 발자국과한 세대가 지나간 자리에 다시 시작되는 시간들호미질 멈춘 아낙의 손에 쌀밥 냄새가 묻고해는 길게 누워 지붕을 쓰다듬는다.유월의 곡우 이 넉넉한 풍경 속에서한 시절의 속살이 조용히 익어간다.2025,6,3

나의 창작시 2025.06.03

유월의 꿈

유월의 꿈 봄이 저물어간 자리에푸른 숨결이 힘차게 파도친다.잠든 나무의 뿌리마저강한 햇살 아래 꿈을 꾸는 계절이다.비 오기 전의 고요처럼모든 생은 짙어지고 무성해진다.사라진 봄의 언어들이이제 잎의 결마다 숨어서 운다. 시간은 녹색으로 흐르고하루는 해의 끝을 오래 붙잡는다.들숨마다 실록이 번져오고벌판은 어느새 숨 가쁜 약속을 품는다.젊음 같은 바람이 뺨을 스치고장마는 먼 데서 젖은 발을 끌고 온다. 그늘조차 따뜻한 오후한여름이 오기 전의 가장 긴 숨을 내쉰다.너는 어떤 열매를 꿈꾸느냐고수많은 잎새가 내게 묻는다.유월은 대답이 아닌깊은 물음으로 피어나는 꿈이다.2025,6,2

나의 창작시 2025.06.02

막연한 그리움

막연한 그리움 어디선가 본 듯한 구름이 흐르고담장에는 기억도 모르는 꽃이 핀다.그때 머물렀던 이름 없는 저녁처럼발밑에서 부서지는 바람이누구와 약속을 했는지 달려간다. 흩어진 마음은 먼지처럼 떠돌고이름 없는 시간의 틈에나는 조용히 벽에 기대어 앉아누군가를 막연히 기다리고 있다.저녁노을 짙게 드리울 때알 수 없는 그리움이 목까지 차오르고어느 기억도 분명하지 않은 채그 그리움은 실체 없이 무겁기만 하다. 등 뒤에서 날 부르는 소리 있어뒤돌아보면 아무도 없고남아 있는 것은 공허함 뿐이다.때때로 우리는잃어본 적 없는 것을 애도한다.그것이 무엇이었는지, 누구였는지끝내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아프다.2025,6,1

나의 창작시 2025.06.01

열등감

열등감 어릴 적 던진 비교의 돌이내 심연 깊숙이 가라앉았다.자주 나는 내 그림자를 의심했고거울 앞에서 타인의 눈빛이 떠올랐다. 날개를 접은 채 높이 나는 법을 배웠고웃음 뒤에 숨긴 울음을 말없이 태웠다.자격 없음이 죄처럼 느껴졌고가능성조차 꾸며낸 신기루 같았다. 앞서가는 사람 앞에서나의 존재는 반박 없이 무너졌고내 성공은 타인의 조롱이 되었으며사랑은 조건부의 교환이었다.비교는 진실을 죽이고 자격지심은 정체성을 훼손한다.열등감은 나를 만든 게 하니라철저하게 나를 가라앉인다. 그래서 나는 침묵 속에 나를 숨겼고작은 용기마저도 스스로 꺾었다.진짜 나를 꺼내는 일이두려움이란 이름으로 남았다.그러나 어둠도 나의 빛이 될 수 있음을두려움 끝에서 비로소 깨닫는다.2025,5,31

나의 창작시 2025.05.31

기독교와 국가(롬13:1-7)

기독교와 국가(롬13:1-7) (서론)국가(國家)는 일반적으로 국민, 영토, 주권이라는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사회 집단으로 정의됩니다. ‘국가’라는 용어보다 ‘민족국가(Nation-State)’라는 개념이 더 명확하게 사용되기도 하는데, 이는 민족과 국가라는 두 요소가 결합 된 형태이기 때문입니다. 사회과학적으로는 국가는 중앙 정부가 자주권을 행사하는 정치적 단위로 규정합니다. 막스 베버 (Max Weber)는 국가를 “영토 내에서 합법적 물리적 강제력을 행사하는 주체”라고 정의했습니다. 국가의 목적에 대해서도 사유 재산 보호, 법 집행, 주권 대행 등 다양한 견해가 존재합니다. 반면, 사회주의에서는 국가를 지배계급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으로 보고, 궁극적으로 소멸해야 할 대상으로 봅니다. 현실적..

2025년 설교 2025.05.31

낙화(落花)

낙화(落花) 지나간 봄은 말이 없고바람이 물러간 자리에 꽃이 졌다.한 점 향기 잿빛 먼지 되어아무도 모르게 흩어졌다. 눈부시고 찬란했던 나날들이이토록 초라하게 퇴장하니기억은 흐려지고 빛은 바래며긴 그늘만이 마음에 오래 남는다. 우리의 삶도 결국은 낙화 같아피는 순간보다 지는 모습이 길어쥘 수 없고 되돌릴 수 없기에더 아픈 것이 시간이다. 남은 건 쓸쓸한 가지의 침묵허공을 맴도는 이름 없는 한숨이다.꽃이었더니 끝은 흙이 되었으니이토록 슬프고도 덧없는 인생이다.2025,5,30

나의 창작시 2025.05.30

담쟁이 넝쿨

담쟁이 넝쿨 신사/박인걸바람도 허물지 못한 벽이오랜 세월 침묵으로 서 있다.그 벽에 도전하는 잎새미미한 연록이 숨을 고른다. 날마다 하늘 향해 기도할 때그 음성은 바람 소리에 묻히지만덩굴손의 빨판은 조용히 바람벽의 틈을 더듬는다. 세상은 험하고 매몰차도그 몸짓은 언제나 위를 향했고햇빛 달빛을 의지한 채작은 틈마다 이야기를 남겼다. 어느 날 그 벽 위로잎사귀들이 펼쳐지고마침내 그 꼭대기에 닿았을 때누구도 그 걸음을 몰랐다. 그리고 그 벽 너머 세상에조용히 푸른 물결이 번진다.누군가의 오래된 꿈처럼담쟁이는 또다시 길을 낸다.2025,5,29

나의 창작시 2025.05.29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되니 땅을 짚고 일어섰으나 바람이 먼저 길을 걷는다.태양은 매일 오르내리지만 나는 언제나 그 자리였다.사랑도 했고 미워도 했지만기억은 물처럼 흘러온 길을 잃었다.높이 쌓은 탑은 언젠가 기울고종이에 적은 말은 흩어지며소리치던 꿈은 잠잠해져손에 쥐어진 것은 하나도 없다.삶이란 가벼운 숨결 같아잡으려 하면 사라지는 안개와 같고기억은 가끔 짧은 음악처럼 울어그때 나는 한 소절쯤 울었던 듯하다.한때는 모든 것이 중요했으나그것이 나를 구해주지는 못했고웃고 울던 나날들이 순간마다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갔다.허무는 공허가 아니라 진실의 그림자이고덧없음은 절망이 아니라 생의 본질이다.사람은 한순간을 살기 위해오늘도 이렇게 숨을 쉬는 것이다.2025,5,28

나의 창작시 2025.0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