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 고희를 넘은 나이에 이른 이마 위세월이 긋고 간 주름살 사이로나뭇잎처럼 떨어지는 은빛 머리카락나를 키운 시간의 흔적이다.내 몸의 샘과 숲은 기근이 들고바람이 지나갈 때마다사라지는 머리숱을 어루만지며늙는 일이 두렵게 다가온다. 거울 앞에 선 늙은 사람빗질하지 않아도 빠지는 머리카락남아 있는 건 머리카락이 아닌 엷은 털허공에 스치는 지난날 그림자 가엽다.한때는 든든했던 모공마저이제는 발치(拔齒)처럼 흔들린다.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위력 앞에삶이란 그렇게 스러지는 것이다.하지만 얼굴에 새겨진 주름엔문신보다 더 아름다운 삶의 무늬가 있다.비록 검은 숲이 사라진대도그 속에는 한평생의 이야기가 잠들어 있다.2024,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