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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

머리카락 고희를 넘은 나이에 이른 이마 위세월이 긋고 간 주름살 사이로나뭇잎처럼 떨어지는 은빛 머리카락나를 키운 시간의 흔적이다.내 몸의 샘과 숲은 기근이 들고바람이 지나갈 때마다사라지는 머리숱을 어루만지며늙는 일이 두렵게 다가온다. 거울 앞에 선 늙은 사람빗질하지 않아도 빠지는 머리카락남아 있는 건 머리카락이 아닌 엷은 털허공에 스치는 지난날 그림자 가엽다.한때는 든든했던 모공마저이제는 발치(拔齒)처럼 흔들린다.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위력 앞에삶이란 그렇게 스러지는 것이다.하지만 얼굴에 새겨진 주름엔문신보다 더 아름다운 삶의 무늬가 있다.비록 검은 숲이 사라진대도그 속에는 한평생의 이야기가 잠들어 있다.2024,8,23

나의 창작시 2024.08.23

처서(處暑)

처서(處暑) 서늘한 바람 응달을 맴돌 때풀벌레 노래는 애잔하고머잖아 찾아올 첫서리 소식에가을빛 나뭇잎에 물든다. 한낮 햇살은 빛나지만길게 드리운 그림자는이별의 시간을 예감한 듯쓸쓸한 분위기를 드러낸다. 그토록 푸르던 산야도초록의 흔적을 거두어 들이고덧없는 시간의 흐름 속에누군가의 발자국만 남긴다.  처서의 긴 저녁 놀 아래철새들 떠나는 연습에 바쁘고처량한 이별의 노래만저문 하늘에 메아리를 남긴다. 이제는 잊혀질 듯떠밀리듯 지나가는 계절 속에삶의 무게만 새겨두며가을은 쓸쓸하게 다가온다.2024, 8, 22

나의 창작시 2024.08.22

태풍(颱風)

태풍(颱風) 미친 바람이 하룻밤 몰아쳤다.눈먼 지도자의 고함처럼방향잃은 바람소리가거리와 들판을 휩쓸었고진실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성난 비는 아무데나 쏟아졌다.탐욕에 젖은 거렴주구처럼뒤엉킨 거짓말들이흙탕물처럼 길위에 넘쳐 흐르고선량한 사람들 발목을 잡는다. 휘청거리는 나무들이서로를 밀치며 쓰러지듯세상은 탐관오리들이 날뛰고제어되지 않은 권력이마침내 안연한 사회를 허문다. 잠시 찾아온 고요 속에세상은 침묵에 젖지만그것은 태풍의 눈일 뿐진영논리와 음모론을 내세워양심 없이 세상을 할퀴고 찢는다. 태풍이 지나간 자리엔부서진 신념과 희망이 널브러졌지만그러나 다시 일어서는 자들이 있다.미친 세상 속에서도새로운 희망은 다시 자라난다.2024,8,21

나의 창작시 2024.08.21

근심하지 말라(욥33:13~24)

근심하지 말라(욥33:13~24) 『introduction』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영국 사람이 미국 뉴욕으로 가는 여객선을 탔습니다. 그는 식사 시간이 되면 걱정거리가 있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식당에 가서 음식을 사 먹을 돈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집을 떠날 때 비스킷과 약간의 견과류를 챙겨 온 것이 전부였습니다. 식사 시간이 되면 사람들은 여객선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는데 자신은 갑판으로 나가 혼자 벤치에 앉아 비스킷과 견과류를 아껴 먹었습니다. 하지만 며칠을 항해해야 했던 탓에 그는 허기가 졌습니다. 그리고 가지고 온 비스킷과 견과류도 모두 떨어졌습니다. 이제는 굶어야 하겠구나 하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식사 시간만 되면 갑판으로 나가는 승객을 본 선장이 하루는 다가와서 그 사람에게 ..

2024년 설교 2024.08.20

인간과 기호

인간과 기호 시니피앙, 그 음성의 울림은인간의 내면에서 자아의 형상을 그려내고시니피에, 그 의미의 공허 속에인간 존재는 무수한 기표로 흩어진다.랑그와 파롤의 보완적 구조에서진리의 실체를 찾으려 애쓰고기호는 서로 교차하고 엇갈리며내면의 갈망을 불러일으키는 지표이다.도상은 상상 속의 그림자이며인간이 그려내는 의미의 윤곽이다.기호의 전쟁 속에서인간은 그들의 의미를 읽으려 하고.상징의 바다에서 길을 찾는 것은내면의 세계를 해석하려는 노력이며각각의 기호는 끊임없이 변형되고인간은 그 속에서 자아를 발견한다.함축과 외시가 춤을 추고공시성과 통시성이 통합을 이룰 때기호는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여 아름다운 지도를 그려내고인간은 그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찾아간다.2024,8,20

나의 창작시 2024.08.20

사람

사람 인간은 트루도 폴스도 아닌 존재선함과 악함이 한 몸에 얽혀 있다.진실과 거짓 사이를 떠도는 그림자이며진실을 말하면서도 궤사를 품고사랑의 이름으로 상처를 남긴다. 그 입술의 언어는 ‘예’와 ‘아니오’사이모호한 경계에서 머무는 회색빛이다.의로움을 외치는 목소리엔때로 불의의 속삭임이 섞여있고거짓된 말 속에서도 진심이 피어난다. 한 손에 선을 들고 악을 등뒤에 감춘 채야누스의 얼굴로 세상을 바라본다.선한 행동 속에도 이익을 계산하고애매함 속에 안식을 찾으며악한 마음속에서도 가끔 눈물을 흘린다. 타인을 속이고 자신도 속이는 놀이에끝없는 갈등 속에서 길을 잃고믿음을 확신하면서도의심을 멈추지 않는수학의 삼각함수의 대칭성이다. 이중성과 모순으로 가득 찬 인간 내면은사랑과 증오가 교차하는 심연이다.진실과 거짓의 게..

나의 창작시 2024.08.19

한여름 풍경

한여름 풍경 금빛 햇살은 허공으로 쏟아져무수한 그림자를 아무렇게나 그린다.아침 이슬은 이미 말라버렸고매미 소리는 수은주에 녹아내려시간마저 천천히 흘러간다.바람은 태양 빛이 무서워 숨었고배롱나무꽃 불쌍하게 더위를 먹는다.텅 빈 도로 위에 고요가 무겁게 내려앉아한여름의 깊이를 더해간다.들녘에 벼는 야무지게 익어가고높은 구름 위에 소나기 머물다 스쳐간다.천둥의 잔성이 먼 하늘에서 들릴 때번개 불빛의 찰나 속에서도여름 열기는 또다시 길게 내뿜는다.밤이 오면 그래도 북두칠성은 빛나고달맞이꽃 수줍게 피어난다.굴뚝 연기와 모깃불 자취를 감췄고남은 것은 은하수 긴 물결과지친 대지에 드리운 여름의 그림자다.치열했던 모든 것은 지나가고그토록 뜨거웠던 한순간은각자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진다.여름은 그토록 단단하게자신을 완성..

나의 창작시 2024.08.18

내면 가는 길

내면 가는 길 하뱃재고개를 넘어 율전에 이르면방내에서 달려온 바람이 반갑게 맞아주고상뱃재고개를 돌고돌아 노양골에 이르면계방산 안개 속 새목의 숨결이 느껴지네.문암마을, 자운리를 떠올리며내면의 심장 창촌마을에 다다르면석화산 그림자가 광대버덩 위로 드리우네.한이 마을을 저편에 두고광대평을 끌어안고 흐르는 물길을 따라절애 마을을 지나 원당에 다다르면추억에 찌든 원당초교가 정답게 맞이하네.광원 산골에 걸린 바람은살둔과 월둔을 포근히 감싸 안고달둔까지 이르는 산길에서샘골의 물소리 속삭이듯 다가오네.을수의 맑은 강물은 대산마을로 이어지고삼봉약수 물맛은 전국 최고의 탄산음료이네.명개천 따라 북대의 숲에 이르면오대산의 기운이 한곳으로 흐르고아흔아홉구비 구룡령은지나가는 길손마다 가슴에 품어주네.강냉이와 감자 내음이 가득..

나의 창작시 2024.08.17

지르맷재

지르맷재 서른 세 구비를 돌고 돌아눈물은 강물처럼 흐르고한숨 쉬며 바람따라 가파른 고개를 오를 때눈보라 절망은 차디차게 번지고여물지 않은 연골은 눈 길에 미끄러졌다.위험은 언제나 독사처럼 도사리고사계절이 교차되는 고갯길엔소망과 두려움이 엇갈려도넘어지면서도 강한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때로는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칠 때혼자 걷는 밤길이 두려워 울었지만턱까지 차오르는 숨을 몰아쉬면서도발자국마다 간절한 기도를 심었다.가파른 그 고갯길을 넘어지고 쓰러지며한숨마저 얼어붙은 그 길 위에짙은 안개까지 앞길을 가로막았어도가슴속에 하나의 불꽃이 있어헤쳐나가는 가슴을 밝혀 주었다.살아보니 인생길에 지름길은 없고겪을 만큼 겪어야 끝나는 멀고 먼 길그 시절 질러가던 지르맷재가가팔랐어도 오히려 그리울 뿐이다.2024,8,17

나의 창작시 2024.08.16

누구를 위한 광복절인가

누구를 위한 광복절인가 광복의 태양은 뜨겁게 빛나지만양심이 나뉜 이 땅 위에먹구름은 두껍게 드리우고해방의 감격이 갈라진 들판에메아리만 공허하게 울린다. 극한 이념의 편에 서서 태극기를 흔드는 사람들아누구를 위한 기념식인가.서로를 향해 독설을 퍼부으니광복은 여전히 미완성이다. 친일의 잔재를 지우려는 세력과역사를 왜곡하는 집단 사이에진실은 과연 어디에 숨어있는가.독립을 넘어 통일의 열망은여전히 분열의 갈림길에 서 있다. 세종문화회관 효창공원불과 3, 4킬로의 거리에서우리 국민은 그들에게 묻는다광복의 의미를 당신들은 아는가?갈라진 기념식을 누가 지지하는가. 이 땅에 진정한 해방은 언제나 올까.원혐(怨嫌)과 증오(憎惡)가 가득한 땅에빛이 사라진 역사의 길을 걸으며겨레의 마음과 마음이 하나 된남북통일의 진정한 광..

나의 창작시 2024.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