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담쟁이 넝쿨

신사/박인걸 2025. 5. 29. 12:14
  • 담쟁이 넝쿨

             신사/박인걸

  • 바람도 허물지 못한 벽이
  • 오랜 세월 침묵으로 서 있다.
  • 그 벽에 도전하는 잎새
  • 미미한 연록이 숨을 고른다.
  •  
  • 날마다 하늘 향해 기도할 때
  • 그 음성은 바람 소리에 묻히지만
  • 덩굴손의 빨판은 조용히
  • 바람벽의 틈을 더듬는다.
  •  
  • 세상은 험하고 매몰차도
  • 그 몸짓은 언제나 위를 향했고
  • 햇빛 달빛을 의지한 채
  • 작은 틈마다 이야기를 남겼다.
  •  
  • 어느 날 그 벽 위로
  • 잎사귀들이 펼쳐지고
  • 마침내 그 꼭대기에 닿았을 때
  • 누구도 그 걸음을 몰랐다.
  •  
  • 그리고 그 벽 너머 세상에
  • 조용히 푸른 물결이 번진다.
  • 누군가의 오래된 꿈처럼
  • 담쟁이는 또다시 길을 낸다.
  • 2025,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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