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쟁이 넝쿨
신사/박인걸
- 바람도 허물지 못한 벽이
- 오랜 세월 침묵으로 서 있다.
- 그 벽에 도전하는 잎새
- 미미한 연록이 숨을 고른다.
- 날마다 하늘 향해 기도할 때
- 그 음성은 바람 소리에 묻히지만
- 덩굴손의 빨판은 조용히
- 바람벽의 틈을 더듬는다.
- 세상은 험하고 매몰차도
- 그 몸짓은 언제나 위를 향했고
- 햇빛 달빛을 의지한 채
- 작은 틈마다 이야기를 남겼다.
- 어느 날 그 벽 위로
- 잎사귀들이 펼쳐지고
- 마침내 그 꼭대기에 닿았을 때
- 누구도 그 걸음을 몰랐다.
- 그리고 그 벽 너머 세상에
- 조용히 푸른 물결이 번진다.
- 누군가의 오래된 꿈처럼
- 담쟁이는 또다시 길을 낸다.
- 2025,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