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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시)거룩한 이어달음

거룩한 이어달음(축시) 박대선 목사 위임식에 붙여 이제 네가 선 그 자리는 내가 기도로 흘린 자리다.눈물로 쌓은 제단 위에 말씀의 횃불을 넘긴다.이는 사람의 일이 아니요. 여호와의 일이니오직 주의 뜻 안에서만 모든 걸 판단하라. 내게 주신 날이 저물어도주의 나라는 너를 통해 아침을 연다.너는 이제 나의 뒤를 걷는 자가 아니요.주의 백성 앞에 서는 자가 되었다. “솔로몬아, 남자답게 강건하라.” 하신 다윗의 음성처럼지혜보다 경외가 먼저임을 잊지 말라.모세가 여호수아에게 안수하던 날처럼하나님의 영이 네 안에 머물도록 두 손을 든다. 교회를 지키는 일은 성벽을 쌓는 것과 같아돌 하나하나가 사람의 영혼임을 기억하라.넘어지려는 자를 일으키고상한 갈대를 꺾..

축시 2025.06.10

흘러온 강

흘러온 강 삶이란 멀리서 흘러온 강이기에누구도 그 근원을 묻지 않는다.시작은 투명했으나 곧 탁해졌고기억은 강바닥에 침전되었다. 때론 갈대숲처럼 흔들리던 시간과바람 한 점 없이 침묵에 잠긴 고요건너던 다리는 언젠가 사라지고남은 건 물에 지워진 얼굴뿐이다. 돌멩이 하나를 품기까지 숱한 날이 필요했고이름 없는 연민이 둔덕마다 피었다.어디에선가 닿지 못한 사랑들이강가에 빛바랜 신발처럼 나뒹군다. 마침내 바다로 가는 그날조차아무도 기다린다고 믿지 않는다.인생은 돌아보지 않는 쓸쓸한 강오직 흐르는 것만이 진실이다. 저녁 안개가 강변을 감싸 안을 때나는 잠시 멈춰 서서 귀 기울인다.흐름 속에 스며든 수많은 이름들이물결 따라 조용히 사라진다.2025.6.10

나의 창작시 2025.06.10

고독한 강

고독한 강 가끔 나는 내 그림자를 따라노래하며 흐르는 물가를 걷는다.무릎쯤 멈춘 시간의 기억이풀숲에서 속삭이듯 자라난다. 강은 아무 말이 없고말이 없음으로 더욱 깊다.버려진 나룻배 하나누군가의 어린 시절이 누워 있다. 낮은 구름이 햇살을 지우며어김없이 고요가 강가에 내려앉고삶은 저리도 조용하게낡은 드럼통처럼 드러눕는다. 나뭇결 속에 스민 오래된 숨결처럼나는 천천히 스러진다.시간은 강물 속 모래알처럼만져지지 않으면서 자꾸만 사라진다. 그리고 저녁이 오면바람 한 줄기 강을 쓰다듬고나는 다시 걸음을 멈춘다.고독한 강 위로 내 마음이 흘러간다.2025,6,9

나의 창작시 2025.06.09

껍질 인생

껍질 인생 뜨거운 햇살이 내면을 비출 때감추는데 익숙했던 나를 발견한다.말라붙은 웃음의 가장자리는작은 바람에도 갈라지던 마음이다. 사람의 시선에 맞춰 웃어야 했고누군가의 주장에 나를 접어야 했다.돌아서면 나에게 남는 건벗어버리지 못한 껍데기 삶이었다. 깊은 밤 나를 덮은 어둠 속에서슬픔은 속삭이듯 피어났다.눈물은 오래된 성의 벽처럼조용히 나를 허물어갔다. 물끄러미 창밖을 바라볼 때희미한 내 그림자가 흔들린다.껍질 속에 갇힌 무게에 지쳐나는 조용히 내 안의 목소리를 듣는다. 허무의 시간 끝자락에서조용히 피어오르던 개망초꽃처럼비로소 진실이 상처처럼 빛날 때나는 처음으로 나를 세게 껴안았다.2025,6,8

나의 창작시 2025.06.08

호국영령(護國英靈)

호국영령(護國英靈) 현충일에 붙여 신사/박인걸 시인 저문 동작동 언덕 위바람은 슬픔을 실어 나르고무명용사 비(碑) 아래젖은 꽃잎은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넋들이흙보다 먼저 조국이 되었으니그대들의 붉은 피이 땅에 깊이 스며들어아직도 뜨거운 숨결로 남아 있다. 총탄이 빗발치던 그날스러진 청춘의 마지막 숨결이별빛 되어 밤하늘을 밝히고우리 가슴에 영원히 숨쉰다. 처자식을 뒤로 한 채 꿈마저 접고서릿발 속에 잠든 젊은 영혼들이여깊은 잠에서 깨어날 수 없어도그대들의 이름은이 땅의 깃발이 되어 휘날린다. 우리는 오늘그대들이 남긴 희생 위에 서서경건하게 두 손 모아자유라 불리는 하늘 아래깊은 감사와 눈물로 옷깃을 세우고 마음을 낮춘다.20..

나의 창작시 2025.06.07

대통령(大統領)

대통령(大統領) 한밤 큰 집에 켜진 창 하나그곳에 앉은 사람의 그림자는 짙다. 등 뒤로 쏟아지는 시간의 무게국가라는 이름의 거센 파도한 사람의 손끝에서 운명이 흔들린다.결재 사인 한 줄이 강물이 되고그의 말 한마디가 불꽃이 된다. 백성의 웃음과 눈물을 먹으며침묵 속에 천 개의 목소리를 듣는다.명예의 깃발 아래 고독이 똬리를 틀고결정이란 이름의 두려운 칼날이펜 잡은 두 손을 정조준할 때면그 자리는 늘 유예된 심판처럼 무섭다.악수할 때마다 다짐은 무너지고연설 끝마다 외로움이 찾아온다. 국민을 위한다는 말 뒤엔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한 죄가 숨 쉰다.그러나 그는 매일 아침무너진 꿈 위에 다시 깃발을 꽂아야 한다.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이름으로자신을 바치는 또 하나의 이름이 되어야 한다.그 이름이 대통령이다.2025..

나의 창작시 2025.06.06

덩쿨장미 꽃

덩굴장미 꽃 낡은 철조망 울타리 그림자 따라핏빛보다 더 진하게 덩굴장미가 핀다.시간의 벽을 타고 오르며잊힌 이름들을 빨갛게 물들인다.잎새 아래 숨어 전하는 그리움눈빛조차 닿지 못한 이름이한 송이 꽃잎에 마음을 새기고기억의 창가로 조심스레 오른다.누가 이 마음을 먼저 심었는지세월이 감춘 상처마다잎새처럼 번진 그리움의 줄기에조용하고 아주 집요하게 피어난다.향기는 슬픔의 언어를 닮고꽃잎은 기다림의 형상을 지닌 채한 계절 붉게 타오르다 떨어지고다시 오지 않을 날들을 노래한다.사랑이란 그렇게 담을 넘어누군가의 가슴에 자국을 남기고끝내 자신을 찔러 시드는 것일까.내 마음 깊은 곳을 천천히 적신다.2025,6,5

나의 창작시 2025.06.05

운명(運命)

운명(運命) 얽힌 실타래처럼 감긴 밤누가 먼저 이 실의 끝을 잡았는가.한 나라가 울 때 한 아이는 자장가를 잃고거울 속 얼굴도 낯선 시대를 읽는다.운명은 때로 눈먼 바느질처럼우리는 꿰매진 자국을 지도로 삼는다.달과 태양은 홀로 돌지만 궤도는 정해졌고우리의 사랑조차도 예정된 계절을 따른다.자유는 피할 수 없는 것을 껴안는다며어느 철인은 독배를 들며 웃었다.하지만 나의 무릎은 불확실에 떨리고이해할 수 없는 힘이 나를 한 음절씩 써내려간다.내가 말하는 이 순간에도누가 이 거대한 운명의 바퀴를 돌리는가.신인가, 우연인가, 인간의 선택인가?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는 그 흐름을 거스를 수 없지만때로는 작은 돌멩이 하나로도 물살이 달라지듯내 안의 미약한 의지가 파문을 남긴다.운명 앞에 선 나는 두려움과 희망 사이에서어둠..

나의 창작시 2025.06.04

유월의 곡우(穀雨)

유월의 곡우(穀雨) 떡갈나무 그늘 아래바람은 새파란 시간을 흔들고논둑 따라 밤새 울던비단개구리의 맑은 울음이 들린다.촉촉한 들판은 이제 막 물을 품었고못자리 떠난 벼는 자리를 잡아 하늘을 바라보며 푸르게 꿈을 키운다. 시골길엔 먼지 대신 비 냄새가 깔리고부른 냇물은 소리 없이 골짜기를 쓰다듬는다.송아지 울음은 외롭지도 않고 외롭고옛 우물가엔 오랜 주전자 하나 잠들어 있다.살모사는 어디쯤 숨었을까.허물 하나 남기고 고요히 풀밭을 지난다. 논두렁 모서리엔 오래 묵은 발자국과한 세대가 지나간 자리에 다시 시작되는 시간들호미질 멈춘 아낙의 손에 쌀밥 냄새가 묻고해는 길게 누워 지붕을 쓰다듬는다.유월의 곡우 이 넉넉한 풍경 속에서한 시절의 속살이 조용히 익어간다.2025,6,3

나의 창작시 2025.06.03

유월의 꿈

유월의 꿈 봄이 저물어간 자리에푸른 숨결이 힘차게 파도친다.잠든 나무의 뿌리마저강한 햇살 아래 꿈을 꾸는 계절이다.비 오기 전의 고요처럼모든 생은 짙어지고 무성해진다.사라진 봄의 언어들이이제 잎의 결마다 숨어서 운다. 시간은 녹색으로 흐르고하루는 해의 끝을 오래 붙잡는다.들숨마다 실록이 번져오고벌판은 어느새 숨 가쁜 약속을 품는다.젊음 같은 바람이 뺨을 스치고장마는 먼 데서 젖은 발을 끌고 온다. 그늘조차 따뜻한 오후한여름이 오기 전의 가장 긴 숨을 내쉰다.너는 어떤 열매를 꿈꾸느냐고수많은 잎새가 내게 묻는다.유월은 대답이 아닌깊은 물음으로 피어나는 꿈이다.2025,6,2

나의 창작시 202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