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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길

안갯길 1.살며시 내려와 세상을 덮는 새벽 안개보이지 않은 길 위에 서서방향을 잃은 채 헤매는 발걸음안갯속에 묻힌 미래를 발끝으로 더듬으며머뭇거리면서도 발걸음을 옮긴다. 2.아득한 곳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리마음의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고흐릿한 기억들이 안개 속에서 춤춘다.빛줄기조차 차단된 영토에서확실하지 않은 무엇인가를 나는 기다린다.  3.피부에 와닿는 감각으로 느끼는 공기어디로 이어질지 몰라 방황하며숨죽이며 걸어가는 이 길은두려움과 기대감이 묘하게 교차하는마음속 깊이 자리한 감정을 꺼내 본다. 4.가끔은 안개 속에도 길이 보이고가려진 시야가 활짝 열릴 때면소스라치며 불안을 털어내고길 잃은 흔적을 두 발로 지져 밟으며미지의 길을 묵묵히 걸을 뿐이다. 5.안개는 반드시 걷힌다고 믿기에마음 깊이 숨겨놓은 ..

나의 창작시 2024.06.25

춘의역(春衣驛)

춘의역(春衣驛) 깊은 밤 부천 춘의역 platform막차 시간까지는 얼마의 여유가 있다. 허름한 옷을 걸친 노동자의 손에는거친 굳은살이 박혀있다.휘어진 허리, 굽은 어깨, 주름진 이마온종일 소음 진동하는 공장에서쇳덩어리와 씨름하며 버틴 시간들오가는 수많은 사람만큼이나 많은 사연을 안고희미한 조명 아래 서 있는 사람들이회색빛 도시의 숨은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삶이 항상 거칠고 힘들어도기다리는 누군가를 떠올릴 때잠깐의 휴식이 고단한 하루를 삼킨다.흡연이 금지된 지대, 캔 커피 한 모금, 얼룩진 지하 철길을 마주하며지나가는 사람들 발걸음을 바라본다. 삶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수많은 노동자의 지친 표정에서어렴풋한 따스함도 찾을 수 없다.산다는 것이 항상 톱니바퀴처럼 멈추지 않고 돌아가야 하는 현실,고단한 마음을..

나의 창작시 2024.06.24

6,25의 비극

6,25의 비극 포연(砲煙)자욱한 새벽폭음과 총성이 뒤섞인 하늘 아래부서진 꿈들이 흩어지던 그날삶과 죽음의 경계도 사라졌다. 조국을 외치며 방아쇠를 당긴 손가락자유를 위해 달려간 젊은 심장들그들은 피로 물든 산야를 밟으며적진을 향해 한목숨 던졌다. 전우의 마지막 숨결을 느끼며쓰러지고 다시 일어선 그들핏물이 강물되어 흐른 강토위에희생 된 아들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별빛 달빛까지 숨죽인 밤어머니를 부르며 숨져간 영혼의 배회아들의 이름을 부르짖는 통곡아아 그 아픔 어찌 잊으랴. 아직도 조국은 두 동강 난 채로여전히 휴전선엔 철조망이 가로막고이념의 장벽은 하늘까지 닿아증오의 눈빛만 서로를 노려본다. 포성이 멈춘 불완전한 평화이제는 남북이 통일되어야 한다.다시는 전쟁 없는 세상을 소망하며그날에 목숨버린 넋을 ..

나의 창작시 2024.06.24

아버지

아버지 내아버지는 평생 농부였다.날이 새기 전에 논두렁 풀을 베고달이 떠도 볏단을 지게로 져날랐다.허리굽은 어머니와 찍은 낡은 사진이 내 사진첩에 남아있다.북두칠성 빛날 때 멍석에 앉아 호박잎 쌈을 싸며모깃불 연기에 푸념을 실어 하늘로 보내던 여름에등잔불 가물대던 어둑한 방구석에거칠고 손마디 굵어진 나를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던 아버지,아들처럼 키운 조카가 군대 갔다 잿봉지로 돌아오던 날조카 무덤에 들꽃 한아름 바치던 아버지 때국물 묻은 눈물 얼룩에서 삶의 슬픔을 읽었다.뒤돌아보면 인생은 전부 고단함이다.내가 편안히 쉴 땅은 어디에도 없었다.신작로 길을 걸으며 절망했고질맷재를 넘을 때 여러번 낙심했다.서울로 가는 버스를 탔을 때도 꿈은 흔들렸고노량진 언덕에서는 한없이 울었다.이마 위에 맺힌 땀방울에는언..

나의 창작시 2024.06.23

비에 대한 소고

비에 대한 소고 잿빛 하늘 아래 떠도는 사연들이지루한 여름비에 섞어 내리네.쏟아지는 빗줄기에 가슴에 쌓여있던 슬픔도 함께 내리네. 우산속에 감추인 고뇌의 무게가슴까지 스며드는 번민들파인 웅덩이의 빗물에 고여하염없이 맴돌다 사라지네. 빗금 사이로 보이는 이 세상퇴색되어 사라지는 꿈들빗물에 떠내려가는 기억들 속에우울한 흔적들이 나뒹구네. 빗줄기에 떨어진 나뭇잎들처럼나의 시간도 임계치에 머물고빗소리에 묻인 내 마음의 절규는메이라도 없이 사라지네. 어둠이 내려앉는 거리의 가로등불빛과 어두움의 극명한 대조온 종일 내리는 여름비 풍경은슬픔의 채색들로 가슴을 채운다.2024,6,22

나의 창작시 2024.06.22

장맛비 단상

장맛비 단상 장맛비가 지붕을 두드리며쉼표없이 노래를 부른다.음악부호를 무시한 선율로 내릴 때지루함에 젓는 나는 홀로 창가에 서 있다. 이따금 거셋 빗줄기는베란다 유리창으로 흘러내리고창밖으로 그려지는 비 오는 풍경은고독의 물결처럼 마음을 적신다. 거실은 쓸쓸한 음영으로 채워지고희미한 거실 조명아래텔레비전 아나운서는 혼자 지껄일 뿐나는 무거운 침묵에 젖어있다.  한없이 지루한 시간 속에고독은 점점 더 짙어만 가고심연에 자리 잡고 있던 우수(憂囚)가고개를 들까 봐 걱정된다.  장맛비는 끝나지 않은 노래처럼지루함을 모르고 내리지만나는 무한한 시공간의 무게를 느끼며존재의 이유에 젖어든다.2024,6,22

나의 창작시 2024.06.22

광얏길

광얏길 걸어도 걸어도 고달픈 광얏길삶은 끝없는 선택의 연속이고발걸음에 차이는 모래알 흔들리며 걸어가는 고통이라네.태양은 머리위에 쏟아지고가혹한 운명 고독과의 싸움하지만 모래폭풍에 숨은 오아시스는강인한 나그네에게 돌아간다네.두려운 밤 차가운 달빛 광야에 비친 내모습홀로 걸어야 하는 외로운 존재듬성듬성 떠 있는 별빛만이어두운 길을 열어주니 희망이 되네.제아무리 고달프고 지루해도 지평선 너머에 새로운 시작이 있고 삶의 여정은 끝없는 순환이려니내려놓고 걷는 자에게 자유가 온다네.2024,6,21

나의 창작시 2024.06.21

촛불

촛불 어둠 속에서도 한 줄기 빛으로 타오르네.작은 불꽃 희생의 찬미로 번지네.십자가 그늘 그 고난 기억하며그리스도의 사랑이 이 작은 불꽃에 스며있네. 주님의 희생 우리를 구원하신 은혜피 흘려 죽은 그 사랑의 증거로촛불 하나 성전의 고요한 빛처럼거룩한 희생이 우리 마음에 새겨지네. 고요한 밤 주님의 기도 속에 타오르는작은 촛불, 성령의 불길 같네.주님의 희생이 우리의 죄 씻으니주님의 빛나는 얼굴 불빛에 비취네. 주님의 자비 어둠을 물리치신촛불의 촛농 주님의 눈물이네.그 사랑이 어둠을 물리치시니그 앞에 무릎 꿇는 이 순간주님의 음성이 촛불 통해 들려오네. 영원한 생명을 얻은 이 몸사라지지 않는 그 빛 따르는 길촛불의 희생, 주님 사랑에 대한 감사거룩한 불꽃 내 영혼을 감싸네.나 작은 촛불 되어 주님의 빛을 ..

신앙시 2024.06.21

신성한 사랑

신성한 사랑 거룩한 빛으로 나타난 주님당신의 사랑은 영원한 약속주님 품에 안기는 성도구원의 기쁨이 충만한 만남천국의 노래가 우리를 감싸네. 험한 세상에 찾아온 평화주님 손길 따뜻한 위로성도는 주님만 의지하며빛나는 사랑의 등불 바라보면서믿음의 길만 걸어가리라. 죄악의 사슬에서 벗어난 우리십자가 희생 우리의 구원성도는 감사의 기도 드리고거룩한 성령을 의지하며날마다 주님 사랑을 노래하리라. 세상엔 유혹과 고통이 와도주님 사랑은 변치 않으리성도는 주님의 발자취 따라거룩한 언약을 기억하며변치 않는 마음으로 주만 따르리. 천국 문 앞에 다다를 그 날 주님 손 잡은 천만 성도들눈물 이별 아픔 없는 그 나라영원히 빛나는 주님의 품안에서주님과 영원히 함께 살리라.2024,6,20

신앙시 2024.06.20

인생의 환상(環象)

인생의 환상(環象) 태초에 혼돈을 밀어내고어둠에서 터져 나온 빛은 세상을 뒤덮고창조주의 손길은 섬세하여생명의 첫 숨길은 흙속으로 스며들고우리는 신의 환상 속에 눈을 떴다. 에덴 동산의 첫 인간은 말을 했고선과 악, 자유과 구속사이를 걸었다.신의 명령은 무거운 법이 되었고우리의 자유는 선택의 무게를 짊어지고무거운 책임을 안아야 했다. 삶의 길 위에 가다올 고난저주와 사망의 길을 걸어야 할 운명벗어던질 수 없는 올가미에 걸려교활한 뱀의 독이 영혼까지 죽일 때십자가의 그림자가 우리 죄를 덮었다.  불확실한 운명에 믿음은 등불이 되고절망한 자에게도 희망을 준다.신의 섭리는 형언불가여서그분의 계획은 언제나 선하고환상 속에 우리는 그분의 뜻을 찾는다. 죽음의 문턱에서 깨달은 은총이 세상 환상은 영원의 그림자일 뿐신..

나의 창작시 2024.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