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버즘나무

신사/박인걸 2024. 9. 29.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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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버즘나무
  •  
  • 버즘처럼 얼룩진 껍질 아래
  • 숱한 이야기들이 깊이 숨어있어
  • 이국의 바람을 타고 건너온
  • 시간의 상처들이 가엽다.
  • 우리는 그늘서 쉬지만
  • 버즘나무는 서서히 무너지고
  • 푸르름이 더는 젊음이 아니고
  • 그리움만 끌어안은 늙은 나무다.
  •  
  • 가을바람에 떨어지는 것은
  • 낙엽뿐일까, 아니면 기억일까.
  • 나무는 묻는다.
  • 이 땅이 낯설기만 한 건
  • 너 때문인지, 나 때문인지.
  •  
  • 우람하게 뻗은 나뭇가지 끝에
  • 닿지 못한 낮달이 떠 있고
  • 머잖아 사라질 푸르름도
  • 지금은 모든 것을 덮고 있다.
  • 일렬로 서 있는 나무 아래서
  • 나는 무엇을 잃고 있는지
  • 알 수 없는 채로
  • 한참을 서성이고 있다.
  • 2024,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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