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그 시절 기억

신사/박인걸 2024. 7. 1. 16:28
  • 그 시절 기억
  •  
  • 흙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 이빨 빠진 그릇에 담긴 밥알을 세며
  • 멍한 눈빛으로 가난을 견디며 살았다.
  • 그래도 아이의 눈은 빛나고
  • 꿈은 앞산처럼 높았다.
  •  
  • 아버지 주머니는 텅텅 비었고
  • 허기진 애들은 배를 움켜쥐었다.
  • 보릿고개는 한없이 가팔라도
  • 숨을 몰아쉬며 걷는 소년의 꿈은
  • 활화산처럼 끓어올랐다.
  •  
  • 찬 바람이 불어오던 겨울밤
  • 꿰맨 이불에 몸을 숨기고
  • 좌절의 그림자와 싸우곤 했지만
  • 창문에 비친 달그림자를 보며
  • 희망의 등불을 끄지 않았다.
  •  
  • 절망은 파도처럼 일어서고
  • 배고픔은 심장병처럼 조여와도
  • 눈물 속에 담긴 꿈이
  • 복수초꽃처럼 피어올라
  • 언젠가는 일어선다고 믿었다.
  •  
  • 춘궁기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 비만치료제를 먹으며 사니
  • 필경 지금은 딴 세상이다.
  • 감자꽃 출렁이고 보리 이삭 익을 때면
  • 그 시절 기억에 아직도 춥다.
  • 202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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