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찰나의 순간

신사/박인걸 2024. 4. 27. 11:52
  • 찰나의 순간
  •  
  • 이제는 모두 사라졌다.
  • 머릿속에 아련한 그리움으로만 남아있다.
  • 뒤돌아보면 아주 먼 옛이야기다.
  • 내가 그토록 사랑했던 것들도
  • 내가 그토록 미워했던 것들도
  • 바람 앞에 등불처럼 스러져갔다.
  • 일시적 기쁨에 취해
  • 어리석게도 나만의 세계에 빠져
  • 그림자처럼 사라질 것들을 움켜잡으려
  • 비틀거리며 달리던 시간이 아깝다.
  • 진달래가 지고 철쭉이 피고
  • 다시 이팝나무꽃이 쌀밥처럼 쏟아져도
  • 허무하게 사라져버리는
  • 찰나의 순간일 뿐이다.
  • 어느 냇가에 섰을 때 맑은 빛깔은 같아도
  • 그때 내가 느꼈던 그 물결은 아니다.
  • 길거리에 서있는 회화나무 껍질이
  • 오래전 내가 기대였던
  • 아득하고 든든했던 나무가 아니다.
  • 지금은 내가 한없이 배가고프다.
  • 하루 세끼 좋은 반찬을 곁들여도
  • 허기진듯한 감정의 출처는 궁금하지 않다.
  • 나무 테보다 더 두꺼운 연륜이
  • 의식을 저장하는 공간을 압박해서다.
  • 초침을 세운다고 시간을 막을순 없다.
  • 머나먼 길에 낡은 수명(壽命)이
  • 멈춰야 할 때를 직감하고 있을 뿐이다.
  • 하지만 누군가에겐
  • 붉게 피어난 영산홍이 여전히 고울 거다.
  • 2024,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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