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날의 기도
- 치미는 봄기운에 겨울은 저만치 물러섰고
- 어제 만지고 간 햇살에
- 홍매화 가지마다 꽃망울 붉습니다.
- 귀를 찢는 까치 노랫소리
- 옛 친구들 음성처럼 정겹고
- 재잘대는 새들의 날갯짓을 보며
- 닫아 두었던 내 마음을 활짝 엽니다.
- 지난겨울 긴 추위에
- 내 영혼은 얼음장 밑에 쭈그리고 앉아
- 잿빛 새봄을 학수고대했습니다.
- 산고랑에 흐르는 냇물소리에
- 무거운 겨울 신발을 벗어 던지고
- 봄빛 대지를 향해 달려가렵니다.
- 그런데 봄은 계약서처럼 어김없건만
- 내 생애 생명의 봄날은
- 당신의 생명책에 몇 번 더 남았습니까?
- 양지바른 언덕에 주저앉아
-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추억할 때면
- 살아온 날들의 은총에 할 말을 잊으나
- 생명 계약일의 만기가 도래할 것만 같아
- 수각황망한 마음입니다.
- 하지만 개의치 않고 벌떡 일어서서
- 다시 찾아온 봄을 반갑게 맞겠습니다.
- 곧 흐드러지게 필 꽃을 생각하면
- 빛의 에너지가 내 심장을 뛰게 합니다.
- 또 한번의 봄에 감격합니다.
- 20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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