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시

봄 날의 기도

신사/박인걸 2022. 3. 9. 16:59
  • 봄날의 기도
  • 치미는 봄기운에 겨울은 저만치 물러섰고
  • 어제 만지고 간 햇살에
  • 홍매화 가지마다 꽃망울 붉습니다.
  • 귀를 찢는 까치 노랫소리
  • 옛 친구들 음성처럼 정겹고
  • 재잘대는 새들의 날갯짓을 보며
  • 닫아 두었던 내 마음을 활짝 엽니다.
  • 지난겨울 긴 추위에
  • 내 영혼은 얼음장 밑에 쭈그리고 앉아
  • 잿빛 새봄을 학수고대했습니다.
  • 산고랑에 흐르는 냇물소리에
  • 무거운 겨울 신발을 벗어 던지고
  • 봄빛 대지를 향해 달려가렵니다.
  • 그런데 봄은 계약서처럼 어김없건만
  • 내 생애 생명의 봄날은
  • 당신의 생명책에 몇 번 더 남았습니까?
  • 양지바른 언덕에 주저앉아
  •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 추억할 때면
  • 살아온 날들의 은총에 할 말을 잊으나
  • 생명 계약일의 만기가 도래할 것만 같아
  • 수각황망한 마음입니다.
  • 하지만 개의치 않고 벌떡 일어서서
  • 다시 찾아온 봄을 반갑게 맞겠습니다.
  • 곧 흐드러지게 필 꽃을 생각하면
  • 빛의 에너지가 내 심장을 뛰게 합니다.
  • 또 한번의 봄에 감격합니다.
  • 20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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