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저녁 새

신사/박인걸 2021. 5. 20. 19:41

저녁 새

 

허공을 건넌 해가 어디론가 사라지고

땅거미 염색물처럼 번지는데

아직 쉴 곳을 못 찾은 참새 떼들이

마로니에 가지앉아 법석을 떤다.

매양(每樣) 이맘때면

어릴 적 잃어버린 고향이 눈에 밟히고

꼴 짐 지고 언덕을 오르시던

가여운 아버지 어깨가 맘에 걸렸다.

큰 암소가 서걱대며 꼴을 삼킬 때면

못마땅한 눈짓으로 나는 소를 흘겨보았다.

저녁연기는 목적 없이 피어오르고

동네 개들은 눈치도 없이 짖어 댈 때면

지친 새들은 처마 밑을 파고들었다.

그 시절 핍절하여 좁쌀 한 줌이 아쉬운 나는

배고픈 새들에게 먹이 한번 못줬다.

이제는 저녁 새들이 앞마당을 서성일 때면

맘에 걸린 나는 빵가루를 훌훌 던진다.

그래야 내 맘에 새들이 날아오르고

귓가에 새들의 노래가 맴돌기 때문이다.

오늘은 집비둘기들도 날아왔다.

202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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