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 마스크
가면도 쓰고 살다보니
이제는 걸치지 않으면 오히려 허전하다.
처음에는 숨이 막혀 한숨을 토하며
지루한 시간과 마주서야 했다.
생명을 천 조각에 담보 잡힌 채
불안한 순간들을 매일 넘나들고
죽음이 두려워 벌벌 떨면서
자존심은 바이러스에 허망하게 무너졌다.
언제 죽음과 마주설지 몰라
살얼음판위에 선 얼굴은 초조하고
비말 한 방울의 위력을 목격하면서
저항 없이 코와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공동묘지에만 있는 줄 알았던 죽음이
길거리를 활보하며 표호 할 때
멀게만 느껴진 죽음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걸 깨달았다.
시신이 장작더미에서 소각되고
화장터가 망자들로 붐비는 일상에서
시체 타는 냄새가 화면을 뚫고나와
방안을 가득 채울 것 같아 무섭다.
아 마스크 한 장!
사망의 골짜기에서 나를 구해준 천사
내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지혜이다.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