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코로나 19 마스크

신사/박인걸 2021. 5. 22. 21:55

코로나 19 마스크

 

가면도 쓰고 살다보니

이제는 걸치지 않으면 오히려 허전하다.

처음에는 숨이 막혀 한숨을 토하며

지루한 시간과 마주서야 했다.

생명을 천 조각에 담보 잡힌 채

불안한 순간들을 매일 넘나들고

죽음이 두려워 벌벌 떨면서

자존심은 바이러스에 허망하게 무너졌다.

언제 죽음과 마주설지 몰라

살얼음판위에 선 얼굴은 초조하고

비말 한 방울의 위력을 목격하면서

저항 없이 코와 입을 틀어막아야 했다.

공동묘지에만 있는 줄 알았던 죽음이

길거리를 활보하며 표호 할 때

멀게만 느껴진 죽음이

자신의 호주머니에 있는 걸 깨달았다.

시신이 장작더미에서 소각되고

화장터가 망자들로 붐비는 일상에서

시체 타는 냄새가 화면을 뚫고나와

방안을 가득 채울 것 같아 무섭다.

아 마스크 한 장!

사망의 골짜기에서 나를 구해준 천사

내 생명을 지키는 유일한 지혜이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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