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애강나무

신사/박인걸 2021. 5. 7. 04:32
  • 애강나무
  •  
  • 빨갛게 익은 애강(산사)이
  • 대추보다 더 다닥다닥 달라붙어
  • 늦가을 일어나는 바람에도
  • 흔들릴지 언즉 흩어지지 않았다.
  • 나는 어릴 적부터 어떤 의지가
  • 나뭇가지처럼 뻗어내려
  • 점점 굳어져 단단해진 껍질만큼
  • 고집스럽게 꿈을 키웠다.
  • 마을을 지나가던 새들마다
  • 나를 향해 앉아 노래를 불러주었고
  • 새들이 하늘위로 날아오를 때면
  • 소년의 상상력은 구름위로 치솟았다.
  • 누구도 내 손을 붙잡아주지 않았지만
  • 나는 스스로 두 손을 뻗어
  • 애강나무 정수리를 힘 있게 붙잡고
  • 찢어지지 않는 깃발을 달았다.
  • 여름날 뇌성이 하늘을 태우듯 요란하고
  • 삼년 치 폭우가 삼림을 삼킬 때
  • 내 소원을 알고 있는 애강 나무는
  • 뿌리를 꺾는 흙탕물에도 넘어지지 않았다.
  • 내가 놔두고 떠난 애강 나무는
  • 아직도 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려나.
  • 그 깃발은 아직도 펄럭이려나.
  • 오랫동안 잊고 살아온 내가 부끄럽다.
  • 20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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