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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맞은 아카시아
오월 아침에 내리는 비에 젖어
후줄근한 네 모습에서
슬픔에 겨워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은
음읍함에 내 마음이 아프다.
어제만 해도 꽃송이 휘늘어진
호젓한 저녁 길에 네 향기에 취해
팍팍하고 고단한 심신이
흐늑흐늑하게 녹아 내렸다.
비릿한 젖내 풍기는 꽃 터널을 지나
초롱꽃 가득한 둑길을 걸을 때면
마음에 걸려 풀리지 않던 깊은 시름은
우유 빛 꽃잎이 말끔히 지웠고
오월 하늘에서 쏟아지는 햇살이
그 하얀 꽃잎에 반사 될 때면
고운 소녀와 손을 마주잡고 거닐던
꿈길의 추억은 언제나 나를 설레게 했다.
오늘 내리는 차가운 봄비에 젖어
어떤 슬픔을 주렁주렁 매달고
축 늘어진 가엽은 네 모습은
내 고운 추억까지 씻어내려 슬프다.
20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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