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고향 그림

신사/박인걸 2021. 3. 19.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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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그림

 

내가 봄을 인식했을 때

앞마당에는 살구꽃이 벌을 불렀고,

건넌 산비탈 홍진달래 숲에는

며칠 동안 불이 붙었다.

개 복숭아 분홍꽃잎은

실바람에 나비처럼 날아 내렸고

생강나무 노란 꽃잎은

어머니 저고리 빛으로 내 눈을 물들였다.

보리밭 봄바람에 햇빛이 찰랑댔고

아지랑이 밭이랑에 아롱거릴 때면

까닭모를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노랑나비 아지랑이 속을 날아

새하얀 냉이 꽃에 앉아 쉴 때면

어린 소년은 들길을 따라

버들피리 불며 한없이 내달렸다.

꿈만 같았던 그 시절의 그림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묘출(描出)하다.

202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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