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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그림
내가 봄을 인식했을 때
앞마당에는 살구꽃이 벌을 불렀고,
건넌 산비탈 홍진달래 숲에는
며칠 동안 불이 붙었다.
개 복숭아 분홍꽃잎은
실바람에 나비처럼 날아 내렸고
생강나무 노란 꽃잎은
어머니 저고리 빛으로 내 눈을 물들였다.
보리밭 봄바람에 햇빛이 찰랑댔고
아지랑이 밭이랑에 아롱거릴 때면
까닭모를 설렘에 가슴이 뛰었다.
노랑나비 아지랑이 속을 날아
새하얀 냉이 꽃에 앉아 쉴 때면
어린 소년은 들길을 따라
버들피리 불며 한없이 내달렸다.
꿈만 같았던 그 시절의 그림이
세월이 흘러도 여전히 묘출(描出)하다.
202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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