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고통의 깊이

신사/박인걸 2021. 1. 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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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깊이

 

한파가 휘몰아쳤다.

산은 뿌리까지 얼어 내리고

한강은 추위에 옥조여 밤새 울었다.

밤하늘 별들이 하얗게 얼어붙을 때

나의 가슴에도 빙하 녹은 물이 고였다.

살아오면서 생긴 상처의 웅덩이에

쓴 즙이 가득가득 쌓일 때면

토해낼 수 없는 깊은 고통들이

석회동굴 석순처럼 일어선다.

또 한 번의 한파가 파도처럼 달려들고

거칠 것 없는 삭풍(朔風)은

경계선 없이 뇌파를 공격할 때면

고통의 중량을 이겨내지 못해

죽은 고목처럼 쓰러질지 모른다.

하지만 내 가슴에는 언제나 화덕이 있다.

오래전에 만든 아궁이에

꺼지지 않는 불덩이가 불끈불끈 치솟는다.

또 한 번의 혹한(酷寒)이 맹타한대도

나는 섬뜩함을 느끼지 않는다.

고통의 깊이가 바닥에 다다를수록

그 고통을 이기는 힘은 하늘을 뚫는다.

20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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