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 새

신사/박인걸 2021. 1. 1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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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새

 

겨울 새 한 마리 가엽다.

눈 쌓인 산속을 온종일 헤맸으나

한 톨 식량을 찾지 못해 날개를 접고

썩은 삭정에 앉아 눈을 감았다.

내가 땀 흘리며 노동에 절었을 때

너는 온 종일 낭만의 노래만 불렀고

내가 가파른 산길 숨을 몰아쉬며 오르던 날

너는 날개 짓 몇 번에 산을 넘었다.

활공하는 자유를 난 부러워했고

축지법보다 더 신통한 기술에

꿈속에서라도 산을 건너뛰고 싶었다.

하지만 난 너를 동경하지는 않았다.

노동 없이 사는 자유는 속박이며

땀 흘리지 않고 산 결과는 궁핍이다.

공중 나는 새도 조물주가 먹인다기에

굶어 죽는 새는 없는 줄 알았다.

그건 아니다 그건 아니었다.

게으른 새와 계절을 잃어버린 새는

폭설 혹한에 방향을 잃었고

예리한 눈과 날카로운 발톱도

비축 하나 없이 살아온 발자국에는

씁쓸한 후회만 눈처럼 쌓인다.

새들만 사는 숲에는 구호단체도 없다.

목숨이란 언제나 치열할 뿐이다.

202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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