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잊으려네.

신사/박인걸 2020. 12. 22. 19:40
반응형

잊으려네.

 

꼭 기억해야 할 이유가 없다.

헤어지는 것을 아쉬워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떠나야 할 사람이라면

붙잡는다고 주저앉을 사람이 아니다.

일어선 네 눈동자에서 이별을 직감했고

몇 마디 차가운 입술에서

너의 비틀거리는 마음을 읽었다.

우리는 섞이지 말았더라면

차라리 달과 별의 거리만큼 멀었더라면

나의 기억에서 거품처럼 사라질 텐데

뽑아버리기 힘든 가시 같아

날카로운 바늘이 심장과 간 사이를 찌른다.

뒤섞인 위조지폐와 같아

아직은 진위를 가려내기 난해하지만

나는 아직 나에 대하여

고해소 앞을 서성일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추억보다는 기억해야 할 날들이

밤하늘에 떠 있는 별같이 많다.

두꺼운 지우개를 두 손에 쥐었지만

지워야할 기억들이 돌 판에 깊이 새겨져

풍화현상에 의지할 시간만큼

큰 바람과 큰 비가 지나가기를 기다릴뿐이다.

너는 나를 원망하지 말라.

나 또한 너를 탓하지 않겠다.

우연이 더러 존재하지만 무슨 곡절이 많더라.

페달에 올려놓은 발을 떼지 말라.

나는 반대편을 향해 발을 내 딛는다.

너를 잊은 두 발이 달 표면을 걷는다.

2020.12.22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 날  (0) 2020.12.25
어두운 크리스마스  (0) 2020.12.24
봄은 온다  (0) 2020.12.20
겨울벌판  (0) 2020.12.18
한 그루 나무  (0) 2020.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