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겨울벌판

신사/박인걸 2020. 12. 18.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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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벌판

 

흙바람 부는 벌판에는

여름날의 잔상(殘像)만 서려있고

높이 날던 들새들의 노래는

하얀 눈밭에 묻혔다.

여름 빛 반뜩이던 풀밭에는

대지의 기운이 분수처럼 솟았고

출렁이던 이삭들의 율동은

가난한 새들을 불러모았다.

들안개 자욱하던 어느 날

깊은 고독에 잠긴 한 남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해몽하여

들꽃 향기 속에 취해 비틀거렸다.

이제, 늙은 허수아비마저 사라진

흰 눈 함부로 차지한 벌판에는

인정 없는 바람만 사납게 휘저으며

외로운 수양버들나무를 괴롭힌다.

20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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