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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벌판
흙바람 부는 벌판에는
여름날의 잔상(殘像)만 서려있고
높이 날던 들새들의 노래는
하얀 눈밭에 묻혔다.
여름 빛 반뜩이던 풀밭에는
대지의 기운이 분수처럼 솟았고
출렁이던 이삭들의 율동은
가난한 새들을 불러모았다.
들안개 자욱하던 어느 날
깊은 고독에 잠긴 한 남자는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해몽하여
들꽃 향기 속에 취해 비틀거렸다.
이제, 늙은 허수아비마저 사라진
흰 눈 함부로 차지한 벌판에는
인정 없는 바람만 사납게 휘저으며
외로운 수양버들나무를 괴롭힌다.
2020.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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