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봄은 온다

신사/박인걸 2020. 12. 2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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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온다.

 

눈 내린 강토는 햇빛도 얼어붙고

바람 부는 강가에는 갈대만 울고 있다.

추위에 잠긴 도시는 어둡고

길거리를 오가는 사람들 표정은 비장하다.

도시의 창들은 꽁꽁 닫히고

광장에서 들려오던 소리는 도망쳤다.

움츠린 사람들은 입술을 깨물며

어떤 비밀을 하나같이 감추고 도망친다.

새 봄의 꿈은 아스팔트 위에서 부서지고

종달새의 노래는 콘크리트에 묻혔다.

가느다란 희망은 얼음장 아래로 숨고

활개 치던 자유는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계절을 잃어버린 나는

발가락을 꼼지락 거리며 길을 걷는다.

목련이 피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언 강물이 다시 흐르던 날을 회상한다.

겨울은 흐르는 시간을 가둘 수 없고

다가오는 계절을 밀어낼 수 없다.

바다 끝에서 출발한 따스한 바람이

햇살을 부추겨 북상하는 중이다.

동토(凍土)의 뿌리에서는 온천이 솟고

얼어붙은 가슴에는 붉은 피가 끓고 있다.

머잖아 봄이 온다. 기다리던 봄이 온다.

우리 조금만 더 참자 조금만 더 견디자.

살구꽃 피는 계절보다 더 좋은 봄이

파도를 딛고 저벅저벅 걸어 오고 있다.

2020.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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