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기억해야 할 겨울

신사/박인걸 2020. 11. 29.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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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억해야 할 겨울
  •  
  • 내가 뚫고 간 겨울은 생일 횟수보다 많다.
  • 여름에도 겨울을 만났고
  • 가을에도 가슴에는 얼음이 얼었다.
  • 그 해 새벽어둠이 제 1한강교를 파묻었지만
  • 강바람은 잠시도 쉬지 않고 역류했다.
  • 빈털터리의 가슴에는 꿈도 얼어붙고
  • 지향점을 향해 걷는 발길은 휘청거렸다.
  • 띄엄띄엄 서있는 가로등은
  • 흐릿한 불빛을 내 발 앞에 던졌고
  • 온기 하나 없는 형광등이지만
  • 내가 가는 길에 표지판으로 삼았다.
  • 빈창자는 허기를 채우라고 재촉하는데
  • 가년스러운 새의 주머니는 늘 적자였다.
  • 허나 주린 얼굴은 늘 창백해도
  • 빼앗길 것 없는 처지가 오히려 자유로웠다.
  • 앞만 보며 걸어가던 그 해 겨울은
  • 눈은 떴으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고
  • 나를 잡아당기는 절망의 늪지대를
  • 아슬아슬하게 비켜 지나가곤 했다.
  • 이제는 기억해야 할 겨울도
  • 간직해야 할 소중한 추억이다.
  • 지금은 사라진 용산시장 터널이
  • 나의 기억장치 속에 저장되어 있다.
  • 이맘 때 그해 겨울은 참 추웠다.
  • 2020.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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