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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잎 단풍
나뭇잎만 단풍이 드는 줄 알았는데
풀잎에 든 단풍도 곱다.
밟히거나 스러지면서 살았어도
자홍빛 이파리들 새뜻하다.
허술한 지대에서 버티며 살아도
흙냄새 맡으며 산 사람은 아름답다.
허름한 옷에 찬바람이 술술 스며들고
낡은 신발에 고단함이 베었어도
하루 일당에 만족하며
골목길을 걷는 어떤 노동자의
발자국에도 보람이 가득가득 고인다.
시선이 닿지 않는 정수리의 삶이라고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다.
풀잎처럼 뜯기고 찢기고 부러지며
애환과 눈물을 머금고 살아도
결코 두 마음을 품지 않고
겉 다르고 속 다르지 않게 살아온 삶은
풀잎처럼 곱게 익더라.
자신이 흘린 눈물에 자기가 익어
삶은 삼대처럼 향기 물신 풍기는
풀잎 단풍이 올 가을에는 유난히 짙다.
2020.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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