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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丹楓)
을수 골짜기를 지나던 날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소스라쳤다.
가지마다 훨훨 타오르는
꺼지지 않는 불빛에
발길이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모여 사는
아나 뱁티스트들처럼
오로지 하늘만 향해 살아서인지
장미꽃보다 더 붉다.
절망에 빠진 친구를 위해
천만리 길을 단숨에 달려와
제 심장을 찔러 제단에 바친
젊은이의 피만큼 뜨겁다.
정적을 깨는 여울물소리와
떼 까치도 날개를 접은 시간
석양 햇살에 잠긴 단풍은
나를 피안(彼岸)의 땅에 세운다.
202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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