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방황하는 나그네

신사/박인걸 2020. 11. 1.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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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나그네

 

갈 빛 낙엽이 지는데

뒹구는 가랑잎이 버석거리는데

엉성하게 붙어 있는 나뭇잎 초조한데

서산 노을은 붉게 물듭니다.

가을 향기 진동하는데

끝물 보랏빛 구절초 출렁이는데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데

길 잃은 나그네 심란(心亂)합니다.

무서리 사정없이 내릴 텐데

코스모스 꽃잎 무참히 짓밟힐 텐데

짝 잃은 기러기 헤매일 텐데

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세 갈래 갈림길이 뻗어 있는데

나침판 잃은 나그네 어이합니까?

날은 점점 기울고 발걸음 무거우니

텅 빈 가슴 달그림자만 깃듭니다.

돌아갈 길은 벌써 문이 닫혔고

옆길은 너무 가파르고

곧장 그 길로 걸어가야 하는데

이제는 너무나도 지쳤습니다.

나, 이쯤에서 가던 길을 멈추렵니다.

20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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