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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나그네
갈 빛 낙엽이 지는데
뒹구는 가랑잎이 버석거리는데
엉성하게 붙어 있는 나뭇잎 초조한데
서산 노을은 붉게 물듭니다.
가을 향기 진동하는데
끝물 보랏빛 구절초 출렁이는데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데
길 잃은 나그네 심란(心亂)합니다.
무서리 사정없이 내릴 텐데
코스모스 꽃잎 무참히 짓밟힐 텐데
짝 잃은 기러기 헤매일 텐데
가을은 깊어만 갑니다.
세 갈래 갈림길이 뻗어 있는데
나침판 잃은 나그네 어이합니까?
날은 점점 기울고 발걸음 무거우니
텅 빈 가슴 달그림자만 깃듭니다.
돌아갈 길은 벌써 문이 닫혔고
옆길은 너무 가파르고
곧장 그 길로 걸어가야 하는데
이제는 너무나도 지쳤습니다.
나, 이쯤에서 가던 길을 멈추렵니다.
202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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