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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 폭발

분노 폭발 아침 신문을 펼치니사회면의 활자들이 묵직하게 출렁인다.납치 폭력 명예훼손언제부터인가 익숙해진 비극의 목록들사라지지 않는 어둠을 탓하며나는 또 한 번 세상을 한탄한다.더러운 세상짐승보다 못한 인간들이라 욕하면서도정작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내 무력함이 속에서 끓어오른다. 더러운 정치면은 애써 외면하고오피니언 면에 시선을 던진다.그러나 그곳의 목소리도이론만 넘실거릴 뿐세상은 여전히 제자리에 머문다.평화가 어떻고 나랏돈이 어떻고평가와 시비만이 남아더러움은 더욱 짙어진다. 한여름 더위는 반도를 집어삼키고에어컨 바람도 땀을 식히지 못한다.세상 돌아가는 꼴이 지독하게 더럽고연이은 폭염이 목을 조일 때면거리로 뛰쳐나가한 마리 광견처럼 울부짖고 싶어진다. 그러나 나는차마 입을 열지 못한 채비겁하게 엎드려 자판..

나의 창작시 09:26:43

잘 익은 사람

잘 익은 사람 신사/박인걸조석으로 비질하던 마당 끝에혼잣말처럼 돋아난 민들레이끼 낀 담장에 쌓인 지난 계절의 냄새누군가 울다 만 자리처럼 눌려있다. 허리 굽은 노인이 이른 저녁을 삼키고골목을 끌고 가는 슬픈 발걸음 소리바람 따라 넘어간 노인의 모자는플라타너스 그늘에 웅크린 고요를 덮고 오래된 포스터 한 장누렇게 말라붙은 얼굴 하나 펼쳐놓고 있어익을 대로 익은 활자들이목젖 아래 천천히 가라앉을 때면두 손으로 감싼 찻잔에서김이 아니라 오랜 기억이 피어오른다. 낡은 벽시계는 항상 제자리에서하루를 여러 번 넘기고 있고그 앞에 멈춘 그림자는이름 모를 아이의 웃음으로 번져 간다. 이따금 오래된 나무 의자에 앉아자신을 벗기는 법을 배워가는 저녁그렇게 한 사람이 조용히조용히 익어가고 있다. 20..

나의 창작시 2025.07.10

여름 소나기

여름 소나기 시내버스 창밖 엎드린 하늘먹구름에 질식한 저녁은스스로를 가리고 있다.삶은 조금씩 마모되는 연필심 같아어떻게 깎아야 할지 몰라고민만 깊어진다. 어깨 위엔 숫자와 이유 없는 침묵이 눌리고헬륨 풍선처럼 부푼 물가의 고공에서하루를 짊어진 발걸음은 무겁다.누군가의 웃음은 광고판에만 남고길거리엔 감정마저 현금처럼 인출된다. 여름 폭염이 피부에 눌러붙어소나기 한 줄기를 간절히 기다릴 때갑자기 바람은 숨을 거두고하늘은 큰 울음을 터뜨린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소나기저건 비가 아니라참아온 이 땅의 뜨거운 눈물일 것이다.초목은 젖어 더욱 푸르고말라붙은 감정도 깊은 곳에서 고개를 든다. 나는 젖으며 살아 있음을 깨닫고고통은 사라지지 않지만흠뻑 내리는 빗물에 의미가 깨어난다.빗방울 멎고 고요해진 하늘 아래대지와 함..

나의 창작시 2025.07.09

이항 대립

이항 대립 하늘에서 땅이 쏟아질 때누가 대지를 들어 올려 허공에 매달았을까빛과 어두움 사이에 막간은 없었다.햇살은 내 오른쪽 뺨을 때리고그늘은 왼쪽 심장을 물어뜯었다.여자와 남자가 반씩 내 안에서 살 때나는 아직 아무 쪽도 되지 못했다. 꽃과 죽음 사이에서나는 향기도 무게도 없이 홀로 흘렀다.선이라 불리는 발자국 아래악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다.문화는 너무 많은 말을 흘려도자연은 아무 말이 없다.눈을 감으면 나는 바깥으로 터지고눈을 뜨면 언제나 안으로 무너졌다. 정의는 언뜻 망치 같고불의가 오히려 내 손을 따뜻하게 했다.두 개의 달이 겹쳐지던 때나는 그 사이에서 흔들리지 않았다.나는 울지도 않고 웃지 않아도한 줌의 침묵으로 피어났다.수많은 상처가 상처를 끌어안는 밤대립의 금 가른 지평선 위로새벽이 말없..

나의 창작시 2025.07.07

죽은 도시

죽은 도시 옷차림은 화려하나 심장은 멈췄고질서정연한 출근길은 장례 행렬일 뿐이다.관을 실은 차량 행렬이 북적이고도시의 빌딩들은 화려한 납골당이다.화장한 시신들이 거리를 활보하고수의를 입은 자들이 주식을 사고판다. 허세는 마네킹처럼 골목에 서 있고욕망은 공허한 광고판에 매달려 흔들린다.진실을 토막 내는 의사당에는죽은 자들이 가면을 바꿔쓰고 소리친다.커피보다 독한 위선을 들이켜며땅에 뒹구는 권세를 혀로 핥는다. 출세라는 유령이 황금 넥타이로 목을 조르고영혼이 쇼핑백에 팔려나간 줄도 모른다.하늘은 네온 빛에 질식하고무거운 고독은 길고양이로 환생했다.상냥함과 친절은 계산기에서 튀어나오고사랑의 노래는 계약서 뒷거래가 되었다.잠시도 쉬지 않는 이 도시에숨 쉬는 자들이 보이지 않는다. 2025,7,6

나의 창작시 2025.07.06

혼돈(混沌)

혼돈(混沌) 가느다란 꿈의 줄기를 따라 나는 걸었고밤마다 접힌 시간이 뒤엉켰다.흔들리는 절벽을 붙잡고 오를 때피멍 든 손바닥만이 대답했다.밤의 등줄기에서 소름이 돋아났고깊고 낯선 골짜기는 나를 두렵게 했다.가느다란 빛마저 희미해져허공은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 친숙한 얼굴이 문득 어색해졌고익숙한 미소 속에 칼날이 번뜩였다.맨 처음의 신뢰는 무너졌고나조차 물 위의 그림자처럼 흩어졌다.도전은 웅장한 북소리 같았지만결과는 바람의 장난처럼 무심했다.일으켜 세우려던 사다리는 흔들렸고발밑은 언제나 무너지는 탑이었다. 뛰어든 끝엔 또 다른 수렁이 있었고그 외침은 낯선 메아리로 돌아왔다.혼돈은 멈추지 않는 파문으로 번졌고나는 종잇장처럼 붕 떠올랐다.내 심장박동은 여전히 불규칙하고하늘과 땅이 맞닿은 땅에 서 있다. ..

나의 창작시 2025.07.05

방황(彷徨)

방황(彷徨) 너는 내 이름을 모른다.나는 네가 불러보지 못한 이름이다.돌아갈 길이 어디냐고 묻지마라나는 오로지 침묵할 것이다.한 시절 나였던 존재의 그림자가십자가 그늘 아래 앉아 울고 있다.왜 그 자리에 앉았는지나는 그림자에게 묻지 않았다. 나는 멀리서 바라만 볼 뿐잊힌 약속들은 시간의 발 밑에서 부서지고꿈은 언제나 누군가의 얼굴을 하고 사라졌다.누구도 독점할 수 없는 시간 사이로나는 내 등을 떠밀었다.시간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시작이 없었음을 감추기 위한 핑계다. 고인 웅덩이를 깊이 들여다보다흙탕물에 비친 내 모습에 고개를 돌렸다.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 궁금한데누구에게도 물을 수 없다.나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건바닥에 붙어 핀 민들레꽃이다.민들레는 바람에 흔들리며그 자리에서 조용히 나를 기다린다. 20..

나의 창작시 2025.07.04

해당화 추억

해당화 추억 뽀얀 먼지이는 신작로변에붉게 피어나던 해당화 기억난다.여름 햇살은 소녀의 뺨에 닿고바람은 치맛자락을 흔들었다.사춘기를 넘던 나는 말없이눈길로만 너의 뒷모습을 더듬었고 이름조차 부를 수 없었던수줍음이 내 전부였다. 나이는 저 혼자 어른이 되어너를 잊는 법을 가르쳤지만저녁 노을 짙게 물던날 해당화는다시 네 얼굴로 이렇게 피어난다.그리움은 피지 못한 꽃같아향기만 남기고 스러지지만어쩌면 너도 나처럼 문득내 모습을 떠올리지 않으려나2025,7,3

카테고리 없음 2025.07.03

7월 풍경

7월 풍경 에어컨 실외기 거친 숨을 몰아쉬고아스팔트는 한밤에도 한증막이다.그림자마저 땀을 흘리고신호등도 지쳐 연신 얼굴을 바꾼다.옥상엔 말라붙은 화분이 꿈을 꾸고세제 냄새 섞인 바람이 불쾌하다.가로등 아래 하루살이 춤추고주점 평상에 고단한 취객이 가엽다.도시의 달은 빌딩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잠 못 드는 창문마다 은빛 위로를 건넨다.엘리베이터 안의 침묵은 눅눅하게 흐르고거실엔 선풍기 날갯소리만 맴돈다.어디론가 달려가는 어깨 위로 별이 뜨고불 꺼진 방 안에선 어떤 일이 있는지 궁금하다.길거리엔 자동차 굉음이 밤을 흔들고풀벌레 노래 속에 계절이 자란다.도시의 7월은 화려하지 않아도잠든 골목마다 여름이 속삭이며작은 창문에도 여름이 눕고아무도 모르게 계절은 깊어간다.2025,7,2

나의 창작시 2025.07.02

도시의 7월

도시의 7월 길거리에 쏟아지는 햇살은먼지마저 금빛으로 물들이고아스팔트 위로 달려가는 더위는잊혀진 꿈처럼 자꾸만 번진다.에어컨 실외기의 숨결 아래지친 오후가 무너져 내릴 때,휴대폰 첫화면 바다 풍경에어린 날의 여름이 떠오른다.한낮 햇볕에 지친 빌딩 그림자길게 늘어져 무언가를 기다리고서로의 어깨에 내려앉는 피로와 희망이한여름의 바람결에 실려간다.밤이면 네온사인에 물든 창문마다고단한 하루를 접는 안식이 흐르고이렇게 도시의 7월은뜨거운 사랑과 그리움으로 흘러간다. 2025,7,2

나의 창작시 2025.07.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