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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길
하나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또 다른 길이 있고
그 길을 가다 보니 다시 길을 만난다.
내가 달려 온 길이 빠를 줄 알았는데
더 빠른 길이 있고
이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안개가 길을 지우고 낙엽이 길을 덮지만
왕래가 빈번한 길은 결코 죽지 않는다.
보이는 길보다 더 좋은 길은
오래도록 감춰진 길이며
그 길은 워낙 좁아 찾는 사람이 적다.
이 길을 처음 걸어간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의 발자국은 사라졌어도
그의 정취는 길 위를 맴돈다.
얼마나 더 걸어야 이 길의 끝에 설지
그 끝에는 과연 누가 있을지 궁금하다.
오늘은 가을 낙엽이 발 앞에 쌓인다.
지친 두 다리는 크게 흔들려도
멈출 수 없는 나는 가파른 길을 오른다.
지나온 길이 까마득하지만
뒤를 돌아다보지 않기로 했다.
나는 결국 길 위에 눕게 될 것이고
길 옆 어느 숲에 묻힐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그대로 가리라.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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