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이 길

신사/박인걸 2020. 10. 22. 09:18
반응형

이 길

 

하나의 길을 따라 걷다보니

또 다른 길이 있고

그 길을 가다 보니 다시 길을 만난다.

내가 달려 온 길이 빠를 줄 알았는데

더 빠른 길이 있고

이 길을 누가 만들었는지 나는 모른다.

안개가 길을 지우고 낙엽이 길을 덮지만

왕래가 빈번한 길은 결코 죽지 않는다.

보이는 길보다 더 좋은 길은

오래도록 감춰진 길이며

그 길은 워낙 좁아 찾는 사람이 적다.

이 길을 처음 걸어간 사람은 누구일까

그 사람의 발자국은 사라졌어도

그의 정취는 길 위를 맴돈다.

얼마나 더 걸어야 이 길의 끝에 설지

그 끝에는 과연 누가 있을지 궁금하다.

오늘은 가을 낙엽이 발 앞에 쌓인다.

지친 두 다리는 크게 흔들려도

멈출 수 없는 나는 가파른 길을 오른다.

지나온 길이 까마득하지만

뒤를 돌아다보지 않기로 했다.

나는 결국 길 위에 눕게 될 것이고

길 옆 어느 숲에 묻힐 것이다.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그대로 가리라.

2020.10.21

반응형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느 역에서  (0) 2020.10.24
기도(祈禱)의 힘  (0) 2020.10.23
소나무  (0) 2020.10.21
저무는 가을  (0) 2020.10.20
들국화  (0) 2020.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