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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가을
미루나무를 타넘은 햇살은
어느덧 계양산성 고개를 넘어간다.
앞산 그림자 뒷산 봉우리를 기어오르고
서늘한 바람은 오동나무 잎을 떨군다.
황달 든 산은 하루가 다르게
전염병처럼 퍼져나가고
마지막 노래를 부르는 국화만
나를 홀렸던 소녀의 피부 빛 같다.
말없이 흘러가는 저 강물은
애끓는 그리움에 강둑까지 차오르고
줄지어 날아가는 기러기 울음은
강변에 나부끼는 갈대숲으로 쏟아진다.
내가 부르던 그리운 이름은
아스라한 기억 속에서 헤매고
수줍음 타던 소녀의 고운 미소만
저녁노을에 길게 걸려있다.
저무는 가을 들녘이 퍽 허허롭지만
곱게 익은 나뭇잎에서 행복을 줍는다.
2020.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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