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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내가 첫 울음을 터트린 솔밭에는
청솔가지들이 곤두섰고
나는 솔숲에 서서 소나무가 되기로 했다.
송화 가루 쏟아지던 어느 봄날
전두엽까지 치미는 냄새에 취해
푸른 소원을 소나무 정수리에 걸었다.
적송 즐비한 갓 바위 터를 걷던 날
솔잎 향기에 세례를 받았고
억척같이 뻗어나간 목근(木根)에서
내 인생의 뿌리를 자세히 측량했다.
겨울바람이 사납게 덤벼들어도
칼 한 자루 없이 맨몸으로 싸웠고
갑옷을 겹겹이 입고 스스로 요새가 되었다.
수억의 바늘을 양손에 들고
매일 내 몸을 찌르며 단련했고
동심원의 어지러운 나이테가
내 인생의 값진 보물이 되었다.
아직도 내 꿈은 높은 산위를 바라본다.
한 그루 낙락장송이 되어
백로가 집을 짓는 그 날을 꿈꾼다.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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