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소나무

신사/박인걸 2020. 10. 2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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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내가 첫 울음을 터트린 솔밭에는

청솔가지들이 곤두섰고

나는 솔숲에 서서 소나무가 되기로 했다.

송화 가루 쏟아지던 어느 봄날

전두엽까지 치미는 냄새에 취해

푸른 소원을 소나무 정수리에 걸었다.

적송 즐비한 갓 바위 터를 걷던 날

솔잎 향기에 세례를 받았고

억척같이 뻗어나간 목근(木根)에서

내 인생의 뿌리를 자세히 측량했다.

겨울바람이 사납게 덤벼들어도

칼 한 자루 없이 맨몸으로 싸웠고

갑옷을 겹겹이 입고 스스로 요새가 되었다.

수억의 바늘을 양손에 들고

매일 내 몸을 찌르며 단련했고

동심원의 어지러운 나이테가

내 인생의 값진 보물이 되었다.

아직도 내 꿈은 높은 산위를 바라본다.

한 그루 낙락장송이 되어

백로가 집을 짓는 그 날을 꿈꾼다.

2020.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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