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단 하루의 일탈(逸脫)

신사/박인걸 2020. 10. 15. 06:35
  • 단 하루의 일탈(逸脫)
  •  
  • 직함과 신분의 옷을 벗어놓고
  • 홀로 령(嶺)을 넘는 차륜도 가볍다
  • 가을이 점령한 심심(深深)산골의
  • 어느 냇물에 발을 담그니 새 세상이다.
  • 여기는 불가분적 관계나
  • 모순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업무도 사라졌고
  • 체면과 격식도 필요 없다.
  • 오직 무한한 자유만 흐를 뿐이다.
  • 풀밭에 누우니 야생 형향에 취하고
  • 새처럼 마음은 공중에 떠 있다.
  • 계곡 꽃단풍 선혈처럼 붉어
  • 헝클어진 마음에 뜨거운 불을 붙인다.
  • 인간도 원래 숲과 하나 되어
  • 구름처럼 흐르고 바람 되어 불다가
  • 강물 따라 정처 없이 흘러
  • 안개 되어 사라져야 행복하리라.
  • 낮선 이방 땅에 일상의 노예가 되어
  • 벗을 수 없는 멍에를 스스로 메고
  • 개금발로 뛰어 외나무다리를 건너온
  • 고삐에 붙잡힌 세월이 무거웠다.
  • 마음이 지시한 산간에 앉아
  • 물집 잡힌 발가락을 냇물에 씻을 때
  • 경직된 혈관으로 생수가 흐른다.
  • 가을바람은 마음까지 헹군다.
  •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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