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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의 일탈(逸脫)
직함과 신분의 옷을 벗어놓고
홀로 령(嶺)을 넘는 차륜도 가볍다
가을이 점령한 심심(深深)산골의
어느 냇물에 발을 담그니 새 세상이다.
여기는 불가분적 관계나
모순적 관계가 존재하지 않는다.
산더미처럼 밀려드는 업무도 사라졌고
체면과 격식도 필요 없다.
오직 무한한 자유만 흐를 뿐이다.
풀밭에 누우니 야생 형향에 취하고
새처럼 마음은 공중에 떠 있다.
계곡 꽃단풍 선혈처럼 붉어
헝클어진 마음에 뜨거운 불을 붙인다.
인간도 원래 숲과 하나 되어
구름처럼 흐르고 바람 되어 불다가
강물 따라 정처 없이 흘러
안개 되어 사라져야 행복하리라.
낮선 이방 땅에 일상의 노예가 되어
벗을 수 없는 멍에를 스스로 메고
개금발로 뛰어 외나무다리를 건너온
고삐에 붙잡힌 세월이 무거웠다.
마음이 지시한 산간에 앉아
물집 잡힌 발가락을 냇물에 씻을 때
경직된 혈관으로 생수가 흐른다.
가을바람은 마음까지 헹군다.
2020.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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