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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풍경
시골 굴뚝이 사라졌다.
한 방울의 연기도 오르지 않는다.
밥 익는 냄새는 전기밥솥이 훔쳐갔고
피어오르던 모깃불 풍경은
대한 늬우스에서 얼핏 보았다.
누워서 새김질 하던 새끼 딸린 암소
땋은 머리 소녀가 짚수세미로 그릇을 닦던
흙냄새 그윽한 집터에는 들국화만 핀다.
어머니 발자국에 닳던 부엌 문지방
군불 지피던 낡은 불집게
강아지 밥 주던 나무 두가리
시커멓게 그은 쌍심지 남포등도
기억의 공간에서 녹슬었다.
검은 아스팔트 신작로를 지우고
소달구지 타고 오일장 가던 굽잇길
시원한 고속도로 차들이 맹렬하다.
아파트 숲에 깊이 갇힌 채
무기수로 징역생활을 하지만
저녁별이 삼십층 모서리에서 깜빡일 때면
잊힌 풍경 속으로 나는 걸어 들어간다.
어머니 잦은 기침소리가 들린다.
20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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