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은행나무

신사/박인걸 2020. 10. 12.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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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마을 수호신이 된 은행나무 한 그루

나이가 오래면 신령이 되더라.

아주 우연히 돌밭을 헤집고

두 잎이 솟을 때 누군들 기억했으랴

야생(野生)에서 버티어 온 긴긴 세월

허공을 찌르니 하늘이 도왔네라.

나이테마저 잊었을 무구한 광음(光陰)

관절(關節)이 썩어 깁스를 했어도

우거진 가지는 큰 담을 넘고

두꺼운 그늘에 새들 깃드니

단 한 그루 나무가 숲보다 더 숲일러라.

황금빛 은행잎 너붓거릴 때면

폭죽처럼 쏟아지는 그 깊은 황홀감에

어릿어릿 홀리어 가슴이 뛴다.

2020.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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