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세월(歲月)

신사/박인걸 2020. 5. 24.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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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歲月)

 

각양각색의 나뭇잎들은

이전에 피었던 잎들을 기억하지 못한 채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자신 있게 일어서고 있다.

맞붙은 틈을 벌리고 시간을 들여다보면

고뇌하는 늙은이가 슬픈 표정으로 서 있다.

눈물이 흐르는 강을 거슬러

땀방울이 쏟아지는 꿀을 빨아먹으며

어느 너덜겅 끝자락에 이르러

노인은 한 그루 고사목 되어 눕는다.

시간은 세월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첫 울음을 터트리던 날부터

소리 없는 스톱워치가 입력되어

회전기기에 구동된 채 피댓줄에 감겨 돈다.

연년(年年)은 빙글빙글 돌고

일월은 정신없이 뛰다 초시계가 서면

피댓줄은 끊어져 튕겨나가고

늙은이는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찔레꽃 향기 옛 추억까지 싣고 오는데

입력 된 내 시간의 비밀이 무척 궁금하다.

202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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