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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지던 날
모란은 지고 멧비둘기만 우네.
지는 꽃 서럽다고 서글피 우네.
감나무 집 붉은 담 벽에 비스듬히 누워
풋 소녀 얼굴처럼 활짝 폈는데
봄비가 짓궂게 스쳐가던 날
맥없이 떨어지니 서글프기만 하네.
객혈(喀血)하던 소녀가 스러지던 날
울컥 쏟은 핏자국 너무 가여워
멧비둘기도 온종일 구슬피 울고
찔레꽃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는데
그토록 짧게 살다 갈 목숨이라면
차라리 붉게 또 붉게 피지나 말지
내 가슴 온통 흔들어 놓고
처연하게 가버리니 눈물이 난다.
망초 꽃 하얗게 무리지어 피는데
이팝나무꽃 눈처럼 쌓이는데
모란꽃만 떨어지니 허무하구나.
모란이 지더라도 난 안 울렵니다.
지는 꽃 지더라도 피는 꽃 또 피니까.
20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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