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모란이 지던 날

신사/박인걸 2020. 5. 9.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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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이 지던 날

 

모란은 지고 멧비둘기만 우네.

지는 꽃 서럽다고 서글피 우네.

감나무 집 붉은 담 벽에 비스듬히 누워

풋 소녀 얼굴처럼 활짝 폈는데

봄비가 짓궂게 스쳐가던 날

맥없이 떨어지니 서글프기만 하네.

객혈(喀血)하던 소녀가 스러지던 날

울컥 쏟은 핏자국 너무 가여워

멧비둘기도 온종일 구슬피 울고

찔레꽃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는데

그토록 짧게 살다 갈 목숨이라면

차라리 붉게 또 붉게 피지나 말지

내 가슴 온통 흔들어 놓고

처연하게 가버리니 눈물이 난다.

망초 꽃 하얗게 무리지어 피는데

이팝나무꽃 눈처럼 쌓이는데

모란꽃만 떨어지니 허무하구나.

모란이 지더라도 난 안 울렵니다.

지는 꽃 지더라도 피는 꽃 또 피니까.

20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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