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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함에 대하여
겨울이 집어삼킨 숲길에는
낙하한 가랑잎들만 처연(悽然)하고
텅 빈 숲은 한 없이 쓸쓸하다.
뭣 때문에 이 숲은
지나간 시절 그토록 분주하였나.
물기 오른 나무를 매만지며
치미는 새순을 치하하였고
곱디곱게 피어나는 꽃송이들을
동경어린 눈빛으로 응시했었다.
억만 잎을 매단 채 바람에 일렁일 때
그 정취에 흠뻑 빠져들고
지독하게 쏟아지던 여름 장마 때면
산안개 피어나는 숲은 몽환이었다.
모든 것을 도난당한 지금
빛바랜 잎 하나 없는 숲에는
삭막함과 고독함이 무겁게 내려앉고
온갖 상처 입은 나무들만 전상병처럼
허리를 굽은 채 앓고 있다.
지난 계절 내내 일궈온 소유를
한 톨 없이 도난당한 숲에는
황량한 겨울바람만 휘저을 뿐
허무함만 가랑잎과 함께 뒹군다.
2019.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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