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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월모일(某月某日)
채 지지 못한 단풍잎은
차가운 가지에 말라붙었고
미처 채비를 못 차린 숲은
닥쳐온 겨울이 야속하다.
당황한 새들은 떨고
눕지 못한 가랑잎들은 불안하다.
계절(季節)의 인수인계가
자연스럽지 않아 무척 아쉽다.
어설프게 내린 첫 눈이
응달진 구석에 밑자리를 잡고
야금야금 대지를 삼키다
마침내 설국(雪國)을 만들 것이다.
이미 대세는 기울었고
겨울은 자유를 강하게 억압한다.
생명체는 일단 숨을 죽이고
깊은 수면 아래로 잠복하고 있다.
생존(生存)을 위한 몸부림은
인간과 자연(自然)에 차이가 없다.
노동(勞動)과 무노동의 차이일 뿐
현실은 늘 삶의 각축장이다.
2019.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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