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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길목
시인/박인걸
이미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낮에도 한기(寒氣)가 허공을 지배하고
마지막 호흡을 토하는 난타나 꽃이
초가을 햇살에 서럽습니다.
초록빛 숲은 서서히 유파(渝破)되고
유화(油畵)에 그려진 별 같은 잎들이
은행나무가지에 걸렸습니다.
자지러지던 풀벌레 소리도
현저(顯著)히 감소된 길섶에는
찬 이슬 맞은 들국화가 가엽습니다.
시간(時間)에 입력된 계절이
목록에 따라 질서 있게 처리될 때
늦여름은 붉은 눈물을 흘립니다.
나는 오늘 가을 길목을 걷고 있습니다.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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