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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傷處)
매년 이맘때면 언덕의 나뭇잎마다
흉한 걸레쪼가리가 되고
벌레 파먹은 이파리마다 울고 있다.
초여름 숲에서 낙원을 상상하고
연초록 잎에서 싱그러움에 취했는데
여름풍상(風霜)을 겪으면서
갈기갈기 찢겨진 낱 잎마다
회복이 불가(不可)한 상처가 가슴 아프다.
산다는 것은 이렇게 부상을 입고
피해 입은 흔적으로 아파하며
원치 않는 흠집으로 괴로워하다
추풍(秋風)에 맥없이 지는 것인가
햇살은 하얗게 쏟아지고
바람은 산 너머에서 잠들었어도
소리 없는 신음(呻吟)은 애처롭게
꺾인 가지사이에서 들려온다.
2019.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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