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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초상(肖像)
염치(廉恥)라곤 눈빛에 없고
죄 의식도 오래전에 배변되었다.
양심은 사탄에게 이미 척출당해
그의 사전에 수치심이란 용어가 사라졌다.
외모(外貌)는 인기인을 능가하고
신장은 골리앗에 버금간다.
골격(骨格)은 표준을 웃돌아
그 앞에서면 누구나 주눅이 든다.
근엄한 입술에 넘치는 카리스마
정연한 논리와 매료되는 언변(言辯)
꽉 찬 보폭과 힘찬 걸음걸이에
어리석은 여심을 사로잡던 그가
어느 날 알고 보니 야누스였고
이중성의 종결자 괴기인간이었다.
정의의 사도(使徒)로 위장한 악마였고
치우치고 기울어진 막대기였다.
비방과 야유로 이죽거리며
정죄로 단 칼질 하는 백정이었다.
자신의 창고에 불의의 소득을 채우며
타인의 기회를 강탈한 도둑이다.
바위덩어리가 박힌 자신의 눈으로
남의 눈에 먼지를 탓하는 비열인간이다.
텔레비전 안에서 활보하는
추잡(醜雜)한 초상을 보기 싫다.
2019.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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