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악마의 초상(肖像)

신사/박인걸 2019. 9. 1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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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초상(肖像)

 

염치(廉恥)라곤 눈빛에 없고

죄 의식도 오래전에 배변되었다.  

양심은 사탄에게 이미 척출당해

그의 사전에 수치심이란 용어가 사라졌다.

외모(外貌)는 인기인을 능가하고

신장은 골리앗에 버금간다.

골격(骨格)은 표준을 웃돌아

그 앞에서면 누구나 주눅이 든다.

근엄한 입술에 넘치는 카리스마

정연한 논리와 매료되는 언변(言辯)

꽉 찬 보폭과 힘찬 걸음걸이에

어리석은 여심을 사로잡던 그가

어느 날 알고 보니 야누스였고

이중성의 종결자 괴기인간이었다.

정의의 사도(使徒)로 위장한 악마였고

치우치고 기울어진 막대기였다.

비방과 야유로 이죽거리며

정죄로 단 칼질 하는 백정이었다.

자신의 창고에 불의의 소득을 채우며

타인의 기회를 강탈한 도둑이다.

바위덩어리가 박힌 자신의 눈으로

남의 눈에 먼지를 탓하는 비열인간이다.

텔레비전 안에서 활보하는

추잡(醜雜)한 초상을 보기 싫다.

2019.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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