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아버지

신사/박인걸 2019. 8. 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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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주머니가 텅텅 비고

통장에 잔고가 하나 없어도

아버지는 언제나 늠름한 표정을 짓는다.

 

온 몸이 몽둥이로 맞은 듯

하이 파스로 살갗을 도배했어도

신음을 감춘 채 아버지는 혼자 눈물짓는다.

 

삶의 짐이 무거워 하늘을 쳐다보며

혼잣말로 뇌까리며 한숨을 쉬어도

가족들 앞에서는 언제나 표정을 숨긴다.

 

행여나 지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바깥일을 가슴깊이 묻어두고

생 웃음을 짓다보니 주름살만 깊어진다.

 

아버지 두 어깨는 쇠가 아니고

두 다리는 로봇이 아닌데도

쑤신 삭신을 털고 일어서 열심히 걷는다.

 

아버지가 되는 일은 바보가 되는 일이며

가진 것을 톡톡 털리고 빈손으로 사는 일이다.

아버지도 사람인데 목석이 되려한다.

아버지가 된 후 아버지를 알았다.

2019.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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