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처서(處暑)무렵

신사/박인걸 2019. 8. 28. 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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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무렵

 

지난 밤 내린 비는

서늘한 바람을 싣고 왔고

코스모스 꽃을 활짝 피우며

가을은 풀밭 위를 걷는다.

귀뚜라미 소리 애달프고

풀벌레 노래는 숨이 가쁘다

잠자리 장대 끝에서 사색에 잠겼고

철새도 먼 길 갈 연습을 한다.

들에는 엇비슷한 잡초들이

올망졸망한 열매를 입에 물고

뿌듯한 듯 하늘을 쳐다보며

낮 햇살에 씨앗을 익힌다.

그토록 짙푸르던 숲에도

노란 바람이 잎을 적시고

계절은 시계바늘처럼

가을을 불러들인다.

처서는 존재감을 살리려

한 낮엔 까마귀 머리를 벗기지만

산을 넘는 저녁햇살이

서글픈 여운을 길게 남긴다.

2019.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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