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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處暑)무렵
지난 밤 내린 비는
서늘한 바람을 싣고 왔고
코스모스 꽃을 활짝 피우며
가을은 풀밭 위를 걷는다.
귀뚜라미 소리 애달프고
풀벌레 노래는 숨이 가쁘다
잠자리 장대 끝에서 사색에 잠겼고
철새도 먼 길 갈 연습을 한다.
들에는 엇비슷한 잡초들이
올망졸망한 열매를 입에 물고
뿌듯한 듯 하늘을 쳐다보며
낮 햇살에 씨앗을 익힌다.
그토록 짙푸르던 숲에도
노란 바람이 잎을 적시고
계절은 시계바늘처럼
가을을 불러들인다.
처서는 존재감을 살리려
한 낮엔 까마귀 머리를 벗기지만
산을 넘는 저녁햇살이
서글픈 여운을 길게 남긴다.
2019.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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