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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
춘우(春雨)의 극심한 결핍(缺乏)에
보슬비라도 오기를 기우(祈雨)했더니
응답(應答)이라도 하듯
세우(細雨)지만 내리니 반갑다.
주눅 들었던 목련(木蓮)이
해맑게 입술을 드러내고
잔뜩 망설이던 두견화(杜鵑花)가
살포시 웃으며 눈을 뜬다.
광막(廣漠)하던 저 들판이
뱃속의 태아(胎兒)처럼 꿈틀대고
황사(黃砂)에 찌든 산목(山木)들도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켠다.
이날의 비는 초성(超性)의 은총이며
조물주의 고마운 배려(配慮)이다.
숨이 막힐 듯 하던 내 가슴도
상당한 융통성(融通性)이 생긴다.
2019.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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