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무제(無題)

신사/박인걸 2019. 3. 2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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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제(無題)

 

춘우(春雨)의 극심한 결핍(缺乏)

보슬비라도 오기를 기우(祈雨)했더니

응답(應答)이라도 하듯

세우(細雨)지만 내리니 반갑다.

 

주눅 들었던 목련(木蓮)

해맑게 입술을 드러내고

잔뜩 망설이던 두견화(杜鵑花)

살포시 웃으며 눈을 뜬다.

 

광막(廣漠)하던 저 들판이

뱃속의 태아(胎兒)처럼 꿈틀대고

황사(黃砂)에 찌든 산목(山木)들도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켠다.

 

이날의 비는 초성(超性)의 은총이며

조물주의 고마운 배려(配慮)이다.

숨이 막힐 듯 하던 내 가슴도

상당한 융통성(融通性)이 생긴다.

2019.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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