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잘린 소나무

신사/박인걸 2017. 7. 15. 14:14

잘린 소나무

누군가에 의해 잘린
큰 나무밑동에서 연민을 느낀다.
잔인한 톱날에
거대한 몸집의 소나무가
단말마의 비명도 없이
비틀거리다 쓰러졌으리.
나무인들 줄거리 없는 삶이 있으랴
한 알의 솔 씨가 여기 심겨져
하루아침에 거목이 되었으랴
가뭄이 극심하던 해와
낙뢰가 숲을 울리던 날에
가슴 쓸어내리기를 되풀이하고
혹한에 뿌리까지 시려올 때면
겨우 내내 울며 참아 온 세월
한 켜씩 쌓아올린 벽돌처럼
나이테가 늘어갈 때마다
청청거목을 꿈꾸었는데
어느 날 난폭한 사내의 표적이 되어
토막 난 신세가 가엽다.
아마도 자리를 잘못 잡은 것이
불행의 첫 출발이었으리.
차라리 외롭더라도 인적이 드믄 땅에
자리를 잡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것도 맘대로 할 수 없으니
생사의 존명은 운명이러니
2017.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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