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갠 아침
천둥과 번개가 밤새도록 울 때
어떤 두려움이 횡격막을 찌르고
도리에 벗어난 길이라도 갔는지
두 번 세 번 뒤돌아보았다.
회색빛 구름을 바람이 젖히자
푸른 호수가 허공에 떠 있고
가로수가 스스로 몸을 털 때
감정의 부스러기들은
비늘처럼 떨어져 나간다.
더욱 맑아진 마음으로
금가루처럼 쏟아 붓는 햇살을
활짝 열어 제킨 가슴에
한 아름 쓸어 담는다.
잡스럽고 탁한 것들이 사라졌고
새 소리는 더욱 청아하다.
아이들 재잘대는 소리는 해맑고
다시 태어난 세상은 산뜻하다.
2017.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