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3 2

가는 여름

가는 여름 푸르렀던 청춘의 열기는이제 저 멀리 아련해지고불타오르던 젊은 날의 꿈은서늘한 가을바람에 흩어지네. 두 손으로 움켜잡았던 희망들은시간 속으로 사라지고남은 건 이마의 깊은 주름과가물거리는 추억뿐이네. 청춘이란 이름의 계절이오래 머물지 않을 줄 알았지만가을빛으로 물드는 나뭇잎이내 마음을 먼 길로 재촉하네. 가는 여름을 붙잡는다 해도낙엽의 그림자는 길게 드리우고지나온 길을 뒤돌아볼 때덧없음 속에서도 더욱 소중하네. 삶도 세월도 흘러가는 강물누군들 감히 멈추게 하랴가는 여름 묵묵히 바라보며오는 가을을 고요히 맞이하리.2024,8,23

나의 창작시 2024.08.23

머리카락

머리카락 고희를 넘은 나이에 이른 이마 위세월이 긋고 간 주름살 사이로나뭇잎처럼 떨어지는 은빛 머리카락나를 키운 시간의 흔적이다.내 몸의 샘과 숲은 기근이 들고바람이 지나갈 때마다사라지는 머리숱을 어루만지며늙는 일이 두렵게 다가온다. 거울 앞에 선 늙은 사람빗질하지 않아도 빠지는 머리카락남아 있는 건 머리카락이 아닌 엷은 털허공에 스치는 지난날 그림자 가엽다.한때는 든든했던 모공마저이제는 발치(拔齒)처럼 흔들린다.붙잡을 수 없는 시간의 위력 앞에삶이란 그렇게 스러지는 것이다.하지만 얼굴에 새겨진 주름엔문신보다 더 아름다운 삶의 무늬가 있다.비록 검은 숲이 사라진대도그 속에는 한평생의 이야기가 잠들어 있다.2024,8,23

나의 창작시 2024.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