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가슴의 송곳

신사/박인걸 2024. 9. 1. 03:04
  • 가슴의 송곳
  •  
  • 날카로운 송곳 하나
  • 내 가슴 깊숙이 숨겨져 있다.
  • 그 날카로움이 어찌나 무서운지
  • 스스로 소름이 돋는다.
  • 꽁꽁 숨겨놓은 탓에
  • 타인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
  • 자주 나는 내 송곳에 내가 찔린다.
  • 내 생각에 내가 찔리고
  • 내 말에 내가 찔리며
  • 내가 나를 찌른 상처는 남이 볼 수 없다.
  •  
  • 때로는 송곳이 밖으로 튀어나와
  • 가까운 사람의 마음을 찔러
  •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다.
  • 가시돋친 말과 차가운 눈빛으로
  • 사정없이 타인을 찌를 때면
  • 내 가슴도 함께 아파 무너진다.
  •  
  • 오늘도 뾰족한 송곳이
  • 내 아내의 오랜 자존심을 찔렀다.
  • 송곳에 찔려 눈물을 흘릴 때면
  • 나도 아파하며 후회한다.
  • 하지만 송곳을 버리자 못한 채
  • 아직도 가슴에 숨겨 놓은 까닭은
  • 방어기제의 유일한 수단이다.
  •  
  • 불안은 내게 닦친 위험의 신호이고
  • 욕망을 조절하며 평정을 찾는 도구이다.
  • 나와 타인을 번갈아 찌르더라도
  • 그 효용성에 이익이 커서
  • 내 평생 버리지 못한 채 품고 산다.
  • 우리는 서로 찔려 아프지만
  • 상처의 아픔속에서 이해를 찾아
  • 숨겨진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 그래서 나는 매일 송곳의 날을 세운다.
  • 2024,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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