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의 소고
- 살갗을 스치는 서늘한 바람에
- 가을 냄새 깊이 풍겨오고
- 풀잎에 내려앉는 차가운 이슬에
- 여름 흔적이 하나둘 지워진다.
- 나뭇잎 하나둘 탈색될 때
- 선선한 공기 속에 길어진 그림자
- 지나간 시간의 조각들이 춤을 춘다.
- 석양을 더욱 붉게 물들이고
- 일몰이 던진 어두움이 장막을 칠 때
- 시간을 잃어버린 허전함에
- 어떤 외로움이 내 마음에 자리한다.
- 해마다 이맘때면 부딪치는
- 나만의 깊은 인생론 앞에서
- 무르익은 열매 아닌 껍데기 삶에
- 자신을 잃은 죄의식에 괴롭다.
- 그래도 아직은 시간은 남아 있고
- 지지 않은 꽃잎이 손짓한다.
- 9월의 햇살이 머리 위에 쏟아지니
- 덜 여문 나를 양지에 세운다.
- 2024,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