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두려움

신사/박인걸 2021. 8. 13. 09:30

두려움

 

가끔 털뿌리가 곤두서는

초조한 두려움이 가슴을 누를 때가 있다.

내 가슴을 향해 총을 겨눈

무지하게 생긴 사내의 눈동자같이

혹은 잔인한 이빨을 드러낸 광견(狂犬)이

내 뒤를 슬금슬금 따라오는 공포가

죽음처럼 내 심장을 압박할 때가 있다.

그것은 아마도 개인의 연혁사(沿革史)에

되돌아 설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서

한 없이 목 놓아 울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 두려움은 바람처럼 지나가지 않았고

자동차 불빛처럼 스쳐가지 않았다.

간과 심장 사이에 한 마리 살모사가

똬리를 틀고 앉아 갈라진 혀를 날름대며

내 생명을 노려보던 기억 때문이다.

천둥과 번개가 대낮을 어둡게 할 때와

이른 아침 출처모를 전화벨이 울릴 때면

두려운 상상력은 양미간은 때린다.

같은 순간 심장에서는 북소리가 울린다.

2021.8.13

'나의 창작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긴긴 여로  (0) 2021.08.16
심장(心腸)  (0) 2021.08.14
어느 여름 날  (0) 2021.08.11
소나기  (0) 2021.08.09
그 때  (0) 2021.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