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바보 할애비

신사/박인걸 2021. 4. 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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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할애비

 

어린 손주가 보고 싶어서

오렌지 한 봉지를 들고 찾아갔다.

그 조그만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할아버지하며 달려 나와 품에 안길 때면

내 간이라도 빼주고 싶다.

사슴 눈동자 보다 맑고

연어 비늘보다 더 빛나는

티 없는 손주의 눈빛에서

피붙이의 사랑이 내 심장을 두드린다.

두 팔을 벌려 가슴팍으로 끌어 앉을 때

품속으로 쏙 들어오는 귀여움에

할애비 가슴은 녹아내린다.

진분홍 철쭉꽃 흐무러지고

영산홍 봄 햇살에 붉은 빛을 토해도

내 어린 손주 모습에는 비교급이 못 된다.

제 아비 어릴 때 모습이

영락없이 판박이인 손주 앞태에서

고여 있던 엔도르핀이 폭발한다.

손주 앞에서 오늘 나는 바보가 된다.

202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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