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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할애비
어린 손주가 보고 싶어서
오렌지 한 봉지를 들고 찾아갔다.
그 조그만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할아버지하며 달려 나와 품에 안길 때면
내 간이라도 빼주고 싶다.
사슴 눈동자 보다 맑고
연어 비늘보다 더 빛나는
티 없는 손주의 눈빛에서
피붙이의 사랑이 내 심장을 두드린다.
두 팔을 벌려 가슴팍으로 끌어 앉을 때
품속으로 쏙 들어오는 귀여움에
할애비 가슴은 녹아내린다.
진분홍 철쭉꽃 흐무러지고
영산홍 봄 햇살에 붉은 빛을 토해도
내 어린 손주 모습에는 비교급이 못 된다.
제 아비 어릴 때 모습이
영락없이 판박이인 손주 앞태에서
고여 있던 엔도르핀이 폭발한다.
손주 앞에서 오늘 나는 바보가 된다.
202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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