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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꽃
이밥이 나무위에 쏟아졌다.
난 그 시절 이밥이 먹고 싶어 군침을 삼켰다.
쌀독에는 쌀이 없었고
뒤주에는 보리쌀도 없었다.
배고픈 아이는 강냉이밥이 싫어도
주먹만 한 눈물을 흘리면서
신 김치와 함께 억센 밥을 삼켰다.
생일에 한 번, 설에 한 번,
재수가 좋은 해에는 조상의 제삿날
이밥 한 그릇 게 눈 감추듯 했다.
비타민 결핍증에 걸린 아이들은
누런 콧물이 고름처럼 흐르고
찔레꽃처럼 버짐이 얼굴로 번졌다.
구균감염 부스럼 병이 온 몸으로 퍼져도
페니실린이 없던 그 시대는
덧난 상처를 싸매지 못한 채
아기무덤에 묻히던 날
통곡하던 어미는 대낮에도 캄캄했다.
이팝나무 꽃만큼이나 쌀밥이 지천인데
그 때 그 아픈 기억은
아직도 명치끝에 붙어서 나를 괴롭힌다.
20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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