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작시

이팝나무 꽃

신사/박인걸 2021. 4. 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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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팝나무 꽃

 

이밥이 나무위에 쏟아졌다.

난 그 시절 이밥이 먹고 싶어 군침을 삼켰다.

쌀독에는 쌀이 없었고

뒤주에는 보리쌀도 없었다.

배고픈 아이는 강냉이밥이 싫어도

주먹만 한 눈물을 흘리면서

신 김치와 함께 억센 밥을 삼켰다.

생일에 한 번, 설에 한 번,

재수가 좋은 해에는 조상의 제삿날

이밥 한 그릇 게 눈 감추듯 했다.

비타민 결핍증에 걸린 아이들은

누런 콧물이 고름처럼 흐르고

찔레꽃처럼 버짐이 얼굴로 번졌다.

구균감염 부스럼 병이 온 몸으로 퍼져도

페니실린이 없던 그 시대는

덧난 상처를 싸매지 못한 채

아기무덤에 묻히던 날

통곡하던 어미는 대낮에도 캄캄했다.

이팝나무 꽃만큼이나 쌀밥이 지천인데

그 때 그 아픈 기억은

아직도 명치끝에 붙어서 나를 괴롭힌다.

202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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